시와 음악 735

고향(故鄕)》 김상홍 박사

《고향(故鄕)》 2024.12.14. 부모님 안 계시니 고향을 찾아가도 타향과 다름없고 산하만 의구하네 떠도는 흰구름 혼자 늙은 나를 반긴다보고픈 소꿉친구 모두가 청산 가고고샅길 호박꽃만 어디서 왔냐 묻네세월이 유년의 삶을 기억 속에 가뒀다 산소(山所)에 절을 해도 아무 말 없으시고 표송(標松)에 앉았다가 날아간 새 한 마리혼령의 화신(化身) 이러니 고여오는 그리움죽어야 부모님과 고향이 잊혀질까반기는 사람 없고 마음도 허무한데 먼지 낀 툇마루까지 저녁노을 내리네 (『시조문학』 겨울호 2024, 233호, 162쪽)

시와 음악 2024.12.14

슬픔이여 안녕/ 재미 시인 김명희

슬픔이여 안녕갑자기 낯설어지는 도시할수없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봄의 기다림은 긴데문을 잠시 닫고달빛 아래 소나무가지 그림자풍경에 빠져든다밤의 정령이 소리도없이몰래 찾아온다살에 와닿는 감흥은 없어도온기따스한 밤빛이 마음을 적신다여명의 어둠이 사라질때까지희망과 두려움 사이를 자다깨다 한다어쩌겠는가꿈속에서 매화향기를 코끝에 느꼈는데문을 활짝 열어 맞이해야지

시와 음악 2024.12.13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샤갈의 마을에는 3월(三月)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이바르르 떤다.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3월(三月)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밤에 아낙들은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아궁이에 지핀다.

시와 음악 2024.12.08

함부로 애틋하지 마라/ 김명희 글/ 재미 교포

함부로 애틋하지 마라우리 좋았었지우리 행복했지시도때도 없이 떠오르는 기억들던져 버려눈이 오면 눈길 걷고비가 오면 빗길 걷고우리 약속했지던져 버려어떻게 할까저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까궁금해지는 건어느새 마음서랍이 정리되었다는 것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세상에는 이겨야 할 일이 정말 많아서..

시와 음악 2024.12.01

-탱자나무-

#그림자 Ⅳ-탱자나무- 대숲 박정열온 산이 불붙어 활활 타오르는 그날에는은행잎 하나둘제풀에 못 이겨 샛노랗게 물들면 몇 안 되는 탱자를 물고야물게 익으라 축원하는 그 마음 안다 억센 혀로 듣는 귀 생채기 내지 말고날 선 가시로 죄짓지 말라 함은선혈鮮血이 번지는 아픔은 방울방울 고약한 눈물이 보상이고 가슴 깊이 새겨진 그 상처 끝내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된다는 걸세속 널리 알려진 천성 명성 그대로 얽히고설켜 부둥켜안아야 하는 그 못난 정하나뿐인데알알이 품은 향내 짙은 살가죽에 첫 키스 여운이 상큼한 속살에다겉과 속이 다른 대침 하나 깊숙이 꽂아놓지 않기를온산에 붉은 불길이 뒤덮어 타올라도은행잎이 수줍어 노랗게 물드는순리를 외면하지 말라 함은노랗게 익어..

시와 음악 2024.12.01

부질없는 생각!/ 권세준

부질없는 생각!부운(浮雲)은 뜬 구름을 말함이니 뜬 구름을 잡는다는 말은 포풍착영(捕風捉影) 즉 바람을 붙잡고 그림자를 쥔다라는 의미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모두 부질없는 일이다라는 뜻이다.산 노울에 두둥실 홀로가는 저 구름아! 강 바람에 두둥실 길을 잃은 저 구룸아!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ᆢ너는 알리라 내 갈길을ᆢ그러나 하늘도 구름도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를ᆢ그냥 저냥!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흘러가는 것일 뿐이다.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비!바람을 붙잡고 구름을 쥔다는 것!부질없는 생각일 뿐이다.될듯 말듯! 잡힐 듯 말듯!하루하루 미루어지는 현실은 참으로 황망할 뿐이다.항상 힘들고 슬프며 언제나 괴롭다면 어찌 살겠는가!이러한 틈틈이에 즐겁고 기쁘며 보람된 일과 행복한 순간들이 함께 있으니ᆢ그래서..

시와 음악 2024.11.29

가시리 / 이해우

가시리/ 이해우1.'나 가련다'그 한 마디정을 떼듯 하셨지요혹여나 붙잡으면당신 울까두려워'잘 가요'한 마디 하곤뒤돌아 오열했지요2.침묵의 강가에서안개처럼 흩어지면윤슬의 빛에 앉은당신이 떠올라서당신은 떠나셨군요마침내 가셨군요3.가시리 가시리 있고날 버리고가시리 있고나 혼자 살라 하고당신은 떠나가고공허한 푸른 하늘은시리기만 합니다4.가시리 가시리 있고날 버리고가시리 있고당신 가신 그곳이제 아무리 멀어도언젠간 고무신 신고허랑허랑 갈겁니다

시와 음악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