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오솔길/
정 순 영
그리움의 오솔길 정 순 영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걸어 나와 갈대바람이 쓸쓸한 강 언덕에 앉아 스쳐간 세월을 펼쳐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강물이 붉게 물든 노을 녘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자드락길 가에 소를 매어두고 고즈넉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으로 아버지의 그림자 곁에 앉아 아버지가 바라보시던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강 물결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깊은 우수에 젖은 눈시울을 내가 앓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삶 깊은 눈빛이 양 볼에 흐르는 내 생애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아버지의 허리를 지탱해주던 지겟작대기를 내가 짚고 일어나 어스름이 내리는 그리움의 오솔길을 걸어갑니다. 2018, 가을호. 통권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