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35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가을날(The Fall Day) Lord, it is time. This was a very big summer. Lay your shado..

시와 음악 2024.09.09

산판그뒤에그곳에는 대숲 박정열

#산판그뒤에그곳에는 대숲 박정열 성주봉 산그늘에 장끼가 캥캥 푸드덕 날아오르면 산비탈 돌아가는 해수咳嗽끓는 소리 부릉부릉 탈곡기 소리 내며 거칠게 논두렁 사잇길로 토막 낸 아름드리나무를 싣고 집채만 한 트럭이 지나간 뒤로 널찍한 찻길이 냇가에 새로 생겼다 도랑물 언 돌 가에 얼음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부터 황령荒嶺에서 시작한 벌목은 장마철이 아닌 데도 수렁 같은 물꼬에 빠진 트럭을 온 동네 사람들이 밤을 새워 빼냈다 논둑에 버티고 섰던 토종 뽕나무가 밤새도록 진한 몸부림에 얼마나 시달렸던지 허리가 벌겋게까진 채 날이 밝은 아침이 되어서는 헝클어진 대가리로 반쯤 누워있다 민대가리가 된 황골荒谷에는 이듬해 봄부터 눈 한 번을 못 감고 미영木花 잣는 구름 아래 참꽃이 온통 고깔 굿판을 벌이더니 복중伏中에 푸..

시와 음악 2024.08.15

쇠소깍 / 이강흥

쇠소깍 / 이강흥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쇠소깍을 아는가 그냥 가보지 않고는 무어라 말하기엔 너무 어렵게 셈하며 사는 것 같다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자연하천이 명승으로 지정되어 전통배 태우를 타고 구경하는 제주도 서귀포에 가볼만한 곳이 아닌가 싶다 해수와 담수가 서로 인연을 맺고 손을 잡으니 깊은 물웅덩이와 사랑을 나누는 기암괴석이 눈을 뜨고 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비경이 나를 달랜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도 소를 닮은 하천의 끝이라고 말하는 쇠소깍을 가보지 않고는 즐겨볼 수가 없구나. ♡♡♡❤️♡♡♡ an iron cow / Lee Kang-heung It's in Seogwipo, Jeju Island Do you know how to make an iron whistle Without just g..

시와 음악 2024.07.22

오늘은지은이 : 조 성윤

短想 #9현대 시조 鑑賞제목 : 오늘은지은이 : 조 성윤살아온 마지막 날 살아갈 시작의 날소중한 오늘이요 축복의 하루로다생애에 끝과 시작은 오늘 하루뿐이리- Today is- Translated by :Yoon Chong-KookIt's the last day that I have lived, the first day to live ahead.Most precious is today, a great day of high blessing.Today is the only one day that ends and starts in life.- 제목 : 불볕 더위- 지은이 : 尹 鍾國지글지글 타오르는 한여름 불볕 더위하늘에 먹구름이 무심코 지나가고폭풍우 우르릉 쾅쾅 열기를 오려 낸다-The Sizzling Sum..

시와 음악 2024.07.13

남자의 길 /이해우

남자의 길 /이해우 세찬 바람 불어대고 소나기 내렸던 길 긴 시간 지났어도 여전히 멀고 멀다 그런 건 상관이 없다 남자의 길 다 그래 좁고 험한 이 길엔 돌과 먼지 가득해도 때 되면 꽃도 피고 예쁜 새 노래했다 대충 다 험하였지만 남자의 길 다 그래 넘어지면 일어나 툭툭 털며 웃었고 남몰래 눈물 훔친 추억도 많았었던 뒤돌아 갈 수 없는 길 잠시 서서 돌아봤다

시와 음악 2024.07.12

처음 마주할 때 쪽빛 바다가 좋다고 저만치 낙조 끝에 매달아 놓고/이영애

처음 마주할 때 쪽빛 바다가 좋다고 저만치 낙조 끝에 매달아 놓고 황홀한 일몰의 순간도 부러진 세월의 슬픔을 알기에 해저문 수평선에 묻어둔다 설운 날을 품고 살아온 날이라고 상처에 새기며 고목의 가슴이 뛴다 해당화 피고 지는 낭끝에 조각난 심장을 기워 부르는 이내 노랫소리 듣는가 .https://www.facebook.com/share/v/JD6UqPg6KV7jaif1/?mibextid=w8EBqM

시와 음악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