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602

新각설이 타령 /이해우

新각설이 타령 /이해우 푸른 하늘 흰구름을 벗 삼아 떠도는데 마음은 무겁고 만 생각이 따라오네 아직도 세상의 미진微塵 다 털지 못한 거다 정해진 길이 있나 그러면 재미없지 길의 길도 가야 하고 길 아닌 길 가다 보면 어딘가 꽃이 필 거고 내 맘도 개안하겠지 부딪치고 상처받고 때로는 피도 나고 유랑의 맛이란 게 수월치 않은 거다 오늘도 한바탕 터지고 해장노래 부른다

시와 음악 2024.04.02

꽃피고 꽃지고] /신평

[꽃피고 꽃지고] /신평 꽃피는 기쁨은 잠깐이고 꽃진 후 허무의 그림자 한 해 내내 남으니 꽃이 피면 꽃지는 슬픔 차마 감당키 어려워 고개 돌리는데 꽃피고 꽃지는 새 세월은 저 혼자 흘러가니 부질없는 집착이 오히려 눈물겨워라 . 덧: 서울 용산 당고개 순교성지에 핀 개나리와 진달래입니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은 두 꽃이 나란히 피었습니다.

시와 음악 2024.04.01

골무 /김남조/이해우

[김남조 선생님은 내가 한국을 방문하였던 작년 10월에 94세의 연세로 별세하셨다. 호텔에서 신문에 난 기사를 읽고 알았다. 새벽 3시 쯤에 이건청 선생님께서 아산 병원에서 문인장이 열리는데 가신다고 페북의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하지만 나는 김남조 선생님도 이건청 선생님도 한 번도 직접 뵌 적이 없다. 아직 문인이라 하기엔 멀었단 생각에, 그리고 그날 난 한국을 혼자 돌아보기로 시작한 날이라 '저는 제 여행을 갑니다' 란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다. 아래의 골무란 글은 30여년 전 '소설문학'에 연재하였던 40여편의 콩트 형식의 산문중 하나로 그녀가 고희때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책을 출간하였는데 거기에 실린 글이다.] 골무 /김남조 "아무래도 가긴 가야 할 텐데" 혼잣말처럼이 소릴 또 하고 있었다. "..

시와 음악 2024.03.29

이영애 시인의 글

찬바람이 수화기 너머로 졸음 겨운 눈꺼풀을 깨우는 날 시골 정원에서 꺾어 왔다고 들꽃 송이를 내게 안긴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무 말 없이 건네주는 꽃다발에 마음이 안개꽃으로 화병을 채운다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 온몸이 아프도록 홍역을 치르고 가슴앓이를 겪는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 내 모습은 부모님을 닮아간다 세월의 숫자만큼 톡톡 털어내고 문득 떠오르는 설레는 이내 마음을 주고 싶다.

시와 음악 2024.03.28

시/ 이영애

도시의 군중 속 메마른 허허로움 그들에게 숨 쉴 수 있는 딱 한 뼘의 여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채웠던 시간과 채우지 못한 여유를 들여다 볼 때가 있다 그때의 시간 조각들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모자람은 완벽함에 견주기 버겁고 얼룩진 여백 속에서 배울 것이 많기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 무겁지 않게 사락사락 바람에 흔들릴 수 있을 만큼이면 좋겠다.

시와 음악 2024.03.28

벚꽃 무렵]

[벚꽃 무렵] /신평 벚꽃 피는 때가 되어 눈물 흘리지 마라 공연히 심각해지지도 마라 네 안에 쓸데없이 갇히지 말고 날리는 벚꽃 그대로 바라보아라 흥이 나면 하늘을 향해 마냥 뛰어오르자 먼 들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불러 함께 노래 부르자 벚꽃 눈발 아래서 할복자결한 조선의 후예 센노리뀨(千利休)의 마음 헤아려보자 아, 벚꽃이 지면 어떡하나 애타게 기다려 온 한 해의 시간 거멓게 사라지니 샛노란 현기증에 비틀거리며 애상(哀傷)의 칼날에 피를 흘린다 꺼어이 꺼어이 터뜨리는 울음 하얗게 천지를 덮는다

시와 음악 2024.03.27

권숙희 가 보나온 시

​ ‘매화’ --서정주--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

시와 음악 2024.03.26

봄이 오는 소리!/권세준

봄이 오는 소리! 오는 봄을 시샘하는 쌀쌀한 날씨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새 봄이 돌아 왔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 나듯 4월의 봄이 오면 세상은 새롭게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선비와 매화! 스스로를 지키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생명이 있으니 봄에는 매화가 으뜸이고 사람은 사무사 (思無邪)로 신독(愼獨)의 삶을 실천하는 선비가 아닐까? 한다. 매화는 일생이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절개를 지킨다. 하여 선비와 지사는 이러한 매화를 벗 삼아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이겨 내며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킨다. 선비는 매화의 향기를 알아보고, 매화는 선비의 절의를 흠모하니, 향장천리(香藏千里)와 덕향만리 (德香萬里)는 가히 벗을 삼기에 손색이 없다. 매화(梅花)는 청황실(靑黃實)의 매실(梅實)을 품고, 꽃..

시와 음악 202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