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3

그리워하는 이여, 오시옵소서/

그리워하는 이여, 오시옵소서/정순영 시인 요엘 정 순 영 이제는 오시옵소서, 내 안에서 그리워하는 이여 희생으로 사랑의 볍씨를 뿌리시어 오직 하늘을 우러러 해맑은 싹을 틔우고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깨달아 충만하기를 바라오니 이제는 오시옵소서, 내 안에서 그리워하는 이여 땅의 시간 가운데서 생각하여 구하는 것이 넘치도록 부르심으로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여 몸이 성령에 순종하오니 이제는 오시옵소서, 내 안에서 그리워하는 이여 올라가셨다가 다시 땅 아래로 내리신 이를 아는 것으로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자라서 닮아가는 거룩한 순수를 거두소서, 땅에 뿌린 볍씨의 알곡을 거두소서 월간 2023, 12월호. 제426호.

시와 음악 2023.12.18

그 집앞 /이은상(李殷相)

그 집앞 /이은상(李殷相) 오가며 그집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뛸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읍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집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갑니다 //이은상 님의 이 시는 시 자체보다 노래가 더 친숙하게 우리에게 알려졌다. 내 생각이지만 시인 중 가장 많이 시가 노래로 옮겨진 이는 이은상 님이 아닐까 싶다. 이 시의 첫 연은 과거의 일이다. 사모하는 이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두 째 연은 이제 그것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사랑하는 이는 남의 사람이 된 것 같다. 아니면 멀리로 떠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젠 잊으려 하지만, 잊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시의 그 사..

시와 음악 2023.12.18

ㅡ 나에게 ㅡ성지민/ 서양화 화백

ㅡ 나에게 ㅡ 성지민 어린 사슴처럼 작고 맑은 영혼을가진 초로의 여인아 싱그러운 향기 가득담은 붉은 석류처럼 알알이 익은 그림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리게 하소서 꽃과같이 예쁘고 맑은 색채로 화폭마다 향내 그윽한 아름다움을 수놓으며 물결이 춤추듯 꽃비가 내리듯 고운색깔을 담은 붓으로 멋있게 연주하여 세상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소서 모든 공감: 49회원님, 박명식 및 외 47명

시와 음악 2023.12.16

春望[춘망]/ 두보

春望[춘망] 봄 날의 소망[?]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파괴됬어도 산하는 남아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성 안엔 봄이 오고 초목은 우거졌구나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시절이 슬퍼 꽃에 눈물 뿌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놀라는데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봉화가 연이어 삼월에도 오르니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집 소식이 만금 보다 귀중하고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흰 머리카락은 빗을 수록 더욱 빠져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이제는 비녀를 꽂을 수 없게 되었다네[?] *唐 王朝가 安祿山 亂으로 破壞된 것을 보고 지은 詩입니다. 杜甫[두보]지음 CS Park

시와 음악 2023.12.15

남편/문정희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문정희 시인은 유희적 언어로 사물의 본질을 잘 표현한다. 시를 읽으며 즐거우면서 무릎을 치는 이유가 그것이다. 제목이 남편이다. 무엇을 은유하는가 찾을 이유가 없다. 이 시는 아내의 시각에서 본 남편이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3.12.15

날리는눈발은그리움이고 소아 박정열

#날리는눈발은그리움이고 소아 박정열 땅거미 떼 지어 사립문 기웃기웃 키 작은 굴뚝이 한입에 토해 놓는 그리움들을 섬돌 밟고 마당 가로 내려설 때는 구름 위에 노는 듯 즐겁던 한때 심술 난 듯 하늘이 뿌린 눈발에 쇳소리 내며 내달리는 바람 장독에도 토담에도 소복소복 조바심이 쌓이는 밤 도드라진 옹이 퇴색한 툇마루를 서성이던 어머니 채소밭 옥수숫대 마른 이파리 성 난 듯 와삭와삭 김치 광 이엉에 움츠리는 그리움 언 볼 에이는 눈바람은 추위도 잊게 했던 어머니 홑치마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달빛인 듯 속삭이며 내리는 눈 한밤의 바느질 한 땀 한 땀 시름 밝힌 호롱불 구멍 숭숭 뚫린 여닫이문 호로록 호로록 풀무 노는 문풍지

시와 음악 2023.12.13

The Growth of Love

The Growth of Love 사랑의 성장[?] By Archibald Lampman 아치볼드 램프먼 지음 Beloved, those who of love's brief day Shall find but little grace with me,I guess, Who know too well this passion's tenderness To deem that it shall lightly pass away, 사랑하는 이여,사랑의 날이 짧다고 애달파하는 이들은 나에게서 조금이라도 우아함을 찾지 못하리라, 내 추측컨데 이 열정의 민감함을 너무나 잘 아는 자는 그것이 가볍게 지나가리라 여기리라. A moment's interlude in life's dull play; though many loves hav..

시와 음악 2023.12.12

마침표 하나 -

- 마침표 하나 -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시와 음악 202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