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5

이용복의" 그얼굴에 햇살을 "/심연/ 류외향 시인

詩로 여는 아침! 심연 -류외향 바람 한 점 없는 저수지 물결의 침묵은 배경처럼 거느린 산을 낮은 자리에 앉힌다 물은 산 보다 높아진다 그 침묵의 중심에 낚싯배가 남기고 간 나무막대기 위에 불새 한 마리 올라앉아 수직으로 꽂꽂이 서서 하염없이 제 자세마저 낮게 앉히고 몇 시간째 내 발목도 묶어 놓고 있는 저 몰두 저토록 밑도 끝도 없이 지극해지게 하는 건 물밑에 있는 건 물고기만은 아니리라 # 하염없이 낮춘 지극한 몰두.. 이런 몰두로 자신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깊은 내면의 마음도... 결코 넘을 수 없었던 본성과 이성간의 깊은 간극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지... 물밑에 어디 물고기만 있겠습니까? 그럼요 아암 ㅎㅎ 이용복- 그얼굴에 햇살을 https://m.youtube.com/watch?v=65W2DE..

시와 음악 2024.02.07

인생 /샬롯 브론테 / 이해우 해설

인생 /샬롯 브론테 인생은, 정말, 현자들 말처럼 어두운 꿈은 아니랍니다 때로 아침에 조금 내린 비가 화창한 날을 예고하거든요 어떤 때는 어두운 구름이 끼지만 다 금방 지나간답니다 소나기가 와서 장미가 핀다면 소나기 내리는 걸 왜 슬퍼하죠? 재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인생의 밝은 시간은 가버리죠 고마운 맘으로 명랑하게 달아나는 그 시간을 즐기세요 가끔 죽음이 끼어들어 제일 좋은 이를 데려간다 한들 어때요? 슬픔이 승리하여 희망을 짓누르는 것 같으면 또 어때요? 그래도 희망은 쓰러져도 꺾이지 않고 다시 탄력 있게 일어서거든요 그 금빛 날개는 여전히 활기차 힘있게 우리를 잘 버텨주죠 씩씩하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시련의 날을 견뎌내 줘요 영광스럽게, 그리고 늠름하게 용기는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

시와 음악 2024.02.05

절정 /이육사/해설 이해우

절정 /이육사/해설 이해우 ​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시인이 이육사이니 애국시란 선입관을 갖고 읽으면 이해가 된다. '매운 계절'의 은유는 일제 치하를 의미하고, 북방은 당시 애국지사들이 독립을 위해 운동을 하던 만주나 북간도를 말함이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이란 말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목이 절정이다. 절정은 산의 가장 높은 곳이니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어디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고 묻는다. 이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

시와 음악 2024.02.03

매화를 찾아서

매화를 찾아서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도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신경림(1935~) ----------------- 내가 사는 제주도 애월읍 장전리에는 매화가 피었다. 얼어붙은 땅에 뿌리를 박고서도 수선화가 함초롬히 피더니 이내 매화가 피었다. 앞집 마당에 핀 매화를 오가며 바라본다. 낮에..

시와 음악 2024.01.29

어머니 /이해우

어머니 /이해우 외로운 나의 삶이 견디기 힘들었을 때 老木은 내 옆에서 가슴을 내주셨다 언제나 한 자리에서 날 반겨 주셨다 발버둥 치면서 안간힘 쓰던 시절 둥치만 남은 당신 날 앉혀 쉬게 했고 운명의 갑과 을처럼 짝사랑을 하셨다 아낌없이 주셨고 염치없이 다 받았다 둥치마저 사라진 당신 자리 휑한 데 못난 놈 빈자리에서 어디 갔냐며 울고 있다

시와 음악 2024.01.29

편지 /오세영

편지 /오세영 나무가 꽃눈을 피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표 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 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발이 없는 것들은, 걸을 수 없는 것들은 기다림의 은유에 적합하다. 나무가 그런 은유의 소재다. 시인은 나무의 기다림에 꽃눈을 적시하여 그 기다림이 사랑하는 사람임을 더했다. 수많은 꽃들이 피고 기다림의 간절함은 더 짙어진다. 그럼에도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꽃잎이 떨어진다. 그는 꽃잎이 ..

시와 음악 2024.01.25

구르는 돌 /이해우

구르는 돌 /이해우 흐르는 물길 따라 험하게 굴렀더니 이리저리 부딪치고 모난 돌 둥글어졌지만 바다로 가는 이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뜨겁던 의욕마저 찬물에 식어 가고 물길도 갈라져서 방황을 할 즈음에 老師가 말해줬어요 '세상은 작지 않다' 머리로 알던 말인데 가슴으로 오더군요 우주가 느껴지고 '난 먼지 같다'는 생각 구름을 지나던 달이 날 보고 웃었습니다

시와 음악 2024.01.23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

시와 음악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