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찾아서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도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신경림(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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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제주도 애월읍 장전리에는 매화가 피었다. 얼어붙은 땅에 뿌리를 박고서도 수선화가 함초롬히 피더니 이내 매화가 피었다. 앞집 마당에 핀 매화를 오가며 바라본다. 낮에 보면 햇살 부스러기 같고, 밤에 보면 달의 조각 같다. 특히 밤에는 그 둘레에도 둥그렇게 하얀 테가 생겨 마치 월훈(月暈)을 보는 듯하다. 맵고 독한 한파와 폭설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려 볼수록 고아하고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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