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5

물 한 잔 /이해우

물 한 잔 /이해우 한 잔의 물이지만 '아이 참 시원하다' 그 말 없는 탄성이 날 부끄럽게 하지 어머니 대지는 말이야 혼자서 다 안 마셔 풀들에게 조금 주고 바람을 식혀주고 다시 또 메말라선 '난 괜찮다' 하더라고 이번 달 물값을 보는 나와는 참 다르다 낼, 내일 안 할 거야 내일은 안 오잖아 버켓에 물을 퍼서 시원하게 나눠줬어 再生한 기분이 났어 세례란 게 이럴거야

시와 음악 2024.02.16

소금 달/정현우 / 이해우 해설

소금 달 /정현우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사람이 그 작은 단지에 담길 수 있다니 엄마는 길게 한번 울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 눈물을 소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슬플 때의 맛을 알 수 있을 텐데 둥둥 뜬 반달 모양의 뭇국만 으깨 먹었다. 오늘은 간을 조절할 수 없는 일요일. //난 지난 10년간 김치를 많이 담가봐서, 김치를 담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잘 안다. 요즘은 김치를 직접 담가먹는 이들이 적으니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김치는 절이는 과정부터 양념소를 만들어 넣고 익히는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과 겸험이 숙성되어야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평생이란 시간이 지나면 만드는 이의 혼이 그 작품에 담기게 된다. 이 시의 화자의 할..

시와 음악 2024.02.15

동백 등 /이영애

동백 등 세상의 혼불이 지상 아래 긴 동면의 시간입니다 돌아오는 사람 없어도 바람 소리 붙잡아 이처럼 기다리고 서 있으니 눈벌판에 길을 잃지 않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뼈마디가 부서진 지독한 한기마저 오롯이 가슴에사리고 그대 위해 붉은 등 밝히옵니다 사랑을 잃은사람은 외따로기억속 유유하는지 먼 데서 기적소리 없어도설원에 핏빛송이 흩뿌리고 갑니다.

시와 음악 2024.02.13

기다림의 이유 /이해우

기다림의 이유 /이해우 높은 산 가로막으면 돌아가면 되는 거다 지구는 둥그니까 어디로든 다 돌거든 큰 강이 가로막으면 시작점을 돌면 되지 모로도 갈 수 있고 바로도 갈 수 있어 하지만 거기에서 서로가 엇갈리면 원자의 주위를 도는 전자 꼴이 될 거야 당신이 지나갔던 자리를 확인하며 애가 타 더욱더 숨차게 달리니까 그래서 때때로 우린 기다릴 줄 알아야 해

시와 음악 2024.02.12

남자가 우는 곳/이해우

이해우 즐겨찾기 · 18시간 · 남자가 우는 곳 /이해우 남자라는 이유로 나는 너를 피해 울었다 하늘이 새카말 때 울어야 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였다 네가 울 때 넌 나를 잡고 울지만 난 널 울리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라는 이유로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울었다 때로는 울 곳을 찾지 못해 그냥 삼켜버렸다 모든 공감: 31회원님, 정순영, Kookhi Bae Kim 및 외 28명

시와 음악 2024.02.11

어느 날 밤의 단상 /루쉰/이해우 소개

어느 날 밤의 단상 /루쉰 나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꼽는 독자들은 종종 내가 진실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그들의 편파성에서 기인한 과도한 칭찬이다. 내가 일부러 사람을 속이려 하지 않음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밝히려 하지도 않는다. 내가 표현하는 것은 단지 몇 가지 생각들로서, 인쇄인에게 넘기기에 충분한 정도의 것일 뿐이다. 내가 종종 남들을 분해하려고 하는것도 사실이지만, 사실은 내 자신에 대해서 수술칼을 갖다대는 것이다. 그것도 보다 냉정하게, 내가 자신을 가린 장막의 한 귀퉁이만을 들어올리면 예민한 정신들이 쏟아져 나온다. 만일 내가 자신의 전부를, 내 모습 그대로를 들춘다면 어떤 것일까? 때때로 사람들을 쫓아 버리기 위하여 이 방법을 사용하고 싶은..

시와 음악 2024.02.09

사람 /이생진

사람 /이생진 어떤 사람은 인형으로 끝난다 어떤 사람은 목마로 끝나고 어떤 사람은 생식으로 끝난다 어떤 사람은 무정란으로 끝나고 어떤 사람은 참 우습게 끝난다 //시인은 다양한 群像들의 삶을 우리 삶에서 보는 물건들로 비유했다. 인형은 노리개 인생을 말하고, 목마는 남을 태우며 쳇바퀴 돌듯 같은 일만 하는 인생이다. 어떤 이는 생식을 하며 정진만 하고, 어떤 이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또 어떤 이는 그 끝이 남의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천박하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지?'하고 시인이 묻는 것 같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