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3

두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 믿지 마라/ 이영애

두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 믿지 마라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투영할 수 없는 널 볼 수 있을 거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마치 전부인 듯 착각하지만 얼굴에 마스카라 하고 민낯을 감추는 우리는 그림자 속에 숨어 사는 거야 저 노을을 좀 봐 단지 얼굴이빨갛게 달아올랐다고 뭇매 맞고 어둠 속에 갇히고 있잖아

시와 음악 2024.02.24

숯 굽는 저녁 /이희정

숯 굽는 저녁 /이희정 몸살이 오래가니 내 몸이 발긋발긋하다 슬퍼서 다시 몸이 된 나무토막처럼 부끄러운 것, 실패한 것 다 태워서 빛깔의 간절함만으로 놓여졌으면 좋겠다 너에게 가려던 길 멈추고 어느 외딴 집 솔광에서 나무라 불러도 좋고 어두워진 세상이라 불러도 좋고 타닥타닥 살다 간 자리 그냥 그대로 깊어졌으면 좋겠다 //몸살에 열이 많은 날, 스스로를 돌아보니 부끄럽고 실패투성이다. 시인은 자신이 숯이면 좋겠다 생각한다. 숯은 자신을 태워 누군가에게 뜨거운 혜택을 준다. 그러니 마땅히 줄 것이 없는 자신은 스스로를 태워 온기를 주는 숯이나 솔광('관솔'의 방언이다. 관솔은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로 불이 잘 붙는다)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4.02.23

서시 /유병옥

서시 /유병옥 긴 여로 거친 호흡 연무에 내빝기도 했지만 미새 꽁지 동그라미 그리기도 했었다 버드나무 파르르 숨결 열려도 삶은 언제나 꽃구름 언저리 에라 태초는 무극이다 //폐친 유병옥 시인의 시다. 윤동주의 '서시'를 모두 알지만 '서시'의 의미를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서시란 책의 첫머리에 서문 대신 쓴 시 또는 긴 시에서 머리말을 의미한다. 그러니 서시를 이해하면 시집 한 권에 담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하겠다. 각설하고 '긴 여로', '호흡' 이란 시어에서 짐작이 가는 것은 삶과 그것을 증명하는 호흡이다. 거친 호흡을 내쉬니 삶이 만만치 않았다. '버드나무 파르르 숨결 열려도'란 구절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꽃구름 언저리'의 은유는 열심히 살았지만 목적한 이상향엔 근처에 까지 간 것 같은데 그..

시와 음악 202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