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굽는 저녁
/이희정
숯 굽는 저녁 /이희정 몸살이 오래가니 내 몸이 발긋발긋하다 슬퍼서 다시 몸이 된 나무토막처럼 부끄러운 것, 실패한 것 다 태워서 빛깔의 간절함만으로 놓여졌으면 좋겠다 너에게 가려던 길 멈추고 어느 외딴 집 솔광에서 나무라 불러도 좋고 어두워진 세상이라 불러도 좋고 타닥타닥 살다 간 자리 그냥 그대로 깊어졌으면 좋겠다 //몸살에 열이 많은 날, 스스로를 돌아보니 부끄럽고 실패투성이다. 시인은 자신이 숯이면 좋겠다 생각한다. 숯은 자신을 태워 누군가에게 뜨거운 혜택을 준다. 그러니 마땅히 줄 것이 없는 자신은 스스로를 태워 온기를 주는 숯이나 솔광('관솔'의 방언이다. 관솔은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로 불이 잘 붙는다)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