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5

권숙희 가 보나온 시

​ ‘매화’ --서정주--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

시와 음악 2024.03.26

봄이 오는 소리!/권세준

봄이 오는 소리! 오는 봄을 시샘하는 쌀쌀한 날씨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새 봄이 돌아 왔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 나듯 4월의 봄이 오면 세상은 새롭게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선비와 매화! 스스로를 지키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생명이 있으니 봄에는 매화가 으뜸이고 사람은 사무사 (思無邪)로 신독(愼獨)의 삶을 실천하는 선비가 아닐까? 한다. 매화는 일생이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절개를 지킨다. 하여 선비와 지사는 이러한 매화를 벗 삼아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이겨 내며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킨다. 선비는 매화의 향기를 알아보고, 매화는 선비의 절의를 흠모하니, 향장천리(香藏千里)와 덕향만리 (德香萬里)는 가히 벗을 삼기에 손색이 없다. 매화(梅花)는 청황실(靑黃實)의 매실(梅實)을 품고, 꽃..

시와 음악 2024.03.24

봄꽃앞에서 召我 박정열

#봄꽃앞에서 召我 박정열 꽃샘추위 으스스 마음 따뜻하게 피는 매화 설레어 피는 꽃이 자목련이면 젖은 가슴에 피는 꽃은 백목련인데 버들개지 노랫소리 들리면 햇살에 피는 개나리 산에 피는 꽃은 눈(目)에서 피고 들에 피는 꽃은 가슴에 피고 거리에 피는 꽃은 웃음꽃이요 마음에 피는 꽃은 사랑 꽃인데 두견이 끼룩끼룩 정 그리워 피는 두견화 밤에 오는 봄비는 이슬(在)비고 낮에 오는 봄비는 가랑(去)비더라 봄날에 핀 꽃은 들떠서 나는 마음에 소리

시와 음악 2024.03.24

그날천안함 소아 박정열

#그날천안함 소아 박정열 노도怒濤도 아니다. 뇌성벽력 그도 본 적 없다. 물 폭탄이 몰아쳐 와 자갈돌 하나 되어 암흑의 차가운 바다 밑으로 꺼지고 폭포 밑 소沼처럼 흰 방울들이 망망대해에 솟아올랐을 뿐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어찌할 바도 모른 체 입속으로 콧속으로 밀려드는 세찬 물줄기를 뿜다 내뿜다 들이킨 사투로 혼절해 간 몸부림에 절명絶命은 아- 아득히 온 전신에 휩싸이고 맛이 있어도 생각이 나고 또래만 봐도 헛보이고 발소리에 일어나고 문소리에 놀라 환청이 들리어 눈 감으면 선연히 떠올라서 노랫말에도 그리워서 우는 온 백성이 울고 왕이 울어도 아비의 눈물에 어미 가슴에 비할까 공功은 살아 있어야 더 아름답고 빛나기에 위로의 말은 그저 으레 일뿐 아- 애달프다. 이 울분이여 붉은 마수의 손목을 개 작두로..

시와 음악 2024.03.23

물 무조건 섞이고 싶다 섞여서 흘러가고 싶다 가다가 거대한 산이라도 만나면 감쪽같이 통정하듯 스미고 싶다 더 깊게 더 낮게 흐르고 흘러 그대 잠든 마을을 지나 간혹 맹물 같은 여자라도 만나면 아무런 부담없이 맨살로 섞여 짜디짠 바다에 닿고 싶다 온갖 잡념을 풀고 맛도 색깔도 냄새도 풀고 참 밍밍하게 살아온 생을 지우고 찝찔한 양수 속에 씨를 키우듯 외로운 섬 하나 키우고 싶다 그 후 햇빛 좋은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증발했다가 문득 그대 잠깬 마을에 비가 되어 만날까 눈이 되어 만날까 돌아온 탕자의 뒤늦은 속죄 그 쓰라린 참회의 눈물이 될까ㆍ

시와 음악 2024.03.22

월성 산책]

[월성 산책] /신평 느릿느릿 저녁답 경주 남천에 노을을 지고 가면 월정교 물소리 원효 스님 염불 소리 코 끝 매운 환영에 젖어 이리저리 헤매는데 연꽃 가득 월성 해자에 달 그림자 길게 끌더니 풍덩 물 속으로 빠진다 . 덧: 밤에 찍은 경주의 월정교입니다. 남천을 건너는 다리로 월성의 입구입니다. 옛날 원효 스님이 연인 요석공주를 만나기 위하여 바로 이 다리를 건너 요석궁으로 갔습니다. 월성 일대가 과거 신라시대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어린 시절 남천에서 멱을 감고 놀았다고 하는데, 그 추억이 그리고 지금도 그곳을 오갈 수 있는 것이 많이 부럽습니다.

시와 음악 2024.03.22

색즉시공(色卽是空) /이해우

색즉시공(色卽是空) /이해우 목소리가 변하고 꺼뭇꺼뭇 수염 나고 음경에 털이 날 때쯤 장고 소리가 들려 어릿광대처럼 춤을 추었습니다 현란한 빛에 빠져 조금씩 날 잊었습니다 청년, 중년, 장년이 지나고 노년의 초입에 설 때쯤 장단도 놓고 춤도 놓았습니다 소리 없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에너지가 다 사라진 無明이 죽음인데 깨어나면 후회를 할 춤은 왜 추냐 묻더군요 세월의 풍랑 속에 色이 바래진 色을 봅니다 이따금 눈을 질끈 감으면 내가 보일 때도 있습니다

시와 음악 2024.03.21

바람이 부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모였다 흩어지고 사라지는구름은 소리가 없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흔들린다. 나뭇잎도 가지도 멈추어 있는 것에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흘러도 구름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산사의 풍경 소리가 들린다. 댕그랑 댕그랑 땡그렁 땡그렁! 바람이 풍경 소리를 전한다. 소리없는 풍경 소리를 들어보라 바람이 말한다. 소리없는 풍경! 풍경(風磬) 소리에 눈을 뜨니 마음이 열리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가 오가는 시간에 바람이 고요하니, 정신과 마음과 육신이 본성에 눈을 뜬다. 풍경이 다가와 전하는 바람 소리에 세월의 인연이 오간다. 구름은 소리가 없어도 바람이 불어와 소리를 전한다. 흐르는 것은 시간과 세월이고 머무는 것은 나와 또 다른 나! 흐르고 머물다 낮은 곳을 향하는 물은 바다..

시와 음악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