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1

꽃이 핀다 /문태준 / 재미 이해우 시인 해설

꽃이 핀다 /문태준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꽃이 핀다'는 대개 인생의 정점을 말한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그 꽃이 피려면 인고의 시간을 지내야 한다.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이다. 시인은 그것을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라 은유하였다. 드디어 해가 향기나는 알을 꽃 속에 낳았으니, 알이 숙성되면 꽃이 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웅녀가 쑥과 달래를 먹으며 견뎌 인간이 된 것과 유사하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3.09.06

가을 향기 기다리는 마음

가을 향기 기다리는 마음 그대에게 가을 향기를 드리려 합니다 그리운 얼굴 위로 소슬바람 타고 그대에게 가을 향기를 전하려 합니다 고운 빛깔 작고 소박한 들꽃 향기로 장작불 타는 은은한 향기로 조금은 쓸쓸해지는 가을빗 줄기에 코끌을 자극하는 흙내마음으로 그대에게 달려 가는 그리움 담은 가을 향기를 전하려 합니다 값비싼 향수는 아니지만 그대에게 전하는 순박한 가을 향기를 보내 겠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삼아 그대가 외롭지 않게 마음 깊은 곳에 나만이 전할 수 있는 가을 향기를 그대가 받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대가 그리워 끊임없이 보고파 하며 만들어 낸 가을 향기를 그대 가져 가시지 않으렵니까 사랑을 담은 가을 향기를 꼭 받아주세요 모셔온 글

시와 음악 2023.08.25

엄마가 어린 딸을 데리고 시장 가는 길

詩人 / 오 탁 번 엄마가 어린 딸을 데리고 시장 가는 길 감나무에 조랑조랑 열린 풋감을 보고 푸른 감이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는단다' 엄마 말에 고개를 갸옷갸옷 하던 딸은 감나무 가지가 휘어지도록 우는 매미울음 따라 엄마 손 잡고 까불까불 걸어갔네 가을 어느 날 해거름에 시장 가는 길 빨갛게 익은 감이 탐스러운 감나무 가지에 하얀 낮달이 꼬빡연처럼 걸려 있었네 다 저녁이 되어 엄마 손 잡고 돌아올 때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딸이 말했네 엄마, 달님이 그새 빨갛게 익었어' 개미가 기어다니는 보도블록을 걸어오는 길 엄마가 까치걸음 하는 딸을 보고 눈을 흘기자 아기 개미를 밟으면 엄마 개미를 못 만나잖아?' 앙증스러운 어린 딸의 말을 듣고 엄마는 처녀적 시인의 꿈이 다시 생각나 미소 지었네 시인은 못됐..

시와 음악 2023.08.24

고목의 새순..19세기 최고의 시인 롱펠로

-임종을 앞둔 롱펠로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 숱한 역경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당신의 작품에는 진한 인생의 향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롱펠로는 마당의 사과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 저 나무가 나의 스승이었습니다. 저 나무는 매우 늙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단맛을 내는 사과가 주렁주렁 열립니다. 그것은 늙은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돋기 때문입니다." 롱펠로에게 힘을 준 것은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인생은 환경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고목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고목의 새순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이 바로 인생의 새순이다. 비 오는 날’, 롱펠로우의 시: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시와 음악 2023.08.21

노인들

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옷도 없이 겨울을 난 굵은 가지들은 추위에 얼고 쌓인 눈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드디어 찬란한 봄이 왔다. 얼었던 몸이 녹고 이제야 가지들은 자신을 지탱한 것이 그 고난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러진다. 긴 설명은 오히려 추하다. 늙은 가지만 떠나면 되는 거다. 이것이 늙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란 것을 제목에서 단박 알 수 있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3.08.20

한바탕 꿈일레라]

[한바탕 꿈일레라] 주어진 것 마냥 고마워하는 나이가 되니 하나가 없어도 있는 하나 다행히 여기는 넉넉함 지나온 날 찬찬히 살필 수 있더라 많은 것 얻고 많은 것 잃었지 영광의 때도 있었고 고요한 바닷가 반짝이는 조개껍질들 만지듯 종말의 폭풍 한가운데 휩싸이듯 사랑의 열락에 들뜨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기쁨과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남에게 안겨준 실망과 상처 나에게 칼로 돌아와 더 깊은 상처 남기고 괴로움의 한숨, 헛소리는 입에서 가시지 않으니 나는 언제쯤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점점 인식의 공간은 좁아져 오고 생의 마지막 재촉하는 듯하여 잡은 끈 조금씩 놓으니 나는 아득히 저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에 남은 나 또 다른 나를 열심히 쫓아가는데 문득 잠깐 멈추고 돌아보니 이 모든 것 한바탕 꿈일레라 덧:..

시와 음악 2023.08.20

음악선물은 광복절 기념 [선구자] 조용필 등

1008 Music of Prof. Dr. Yeun Keeyoung 大東우헌의 1008 음악선물 2023.08. 15 Tue 오늘 가르침은[영정치원寧靜致遠] 마음이 편안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 출전:제갈량 戒子書 음악선물은 광복절 기념 [선구자] 조용필 https://youtu.be/0efFoX0KlIw https://youtu.be/wA3vvS4nNqI 조수미 https://youtu.be/Owh_XuwRUj8 고성현 https://youtu.be/uYszy6-chbw 손정윤 https://youtu.be/tHYEiTpqdBQ 강무림 https://youtu.be/AjGjcptrZog 김승일 https://youtu.be/KCDPII5GHiY 박정민 https://youtu.be/FxRJVTo..

시와 음악 2023.08.16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이해우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이 시의 비목은 당나라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전설의 물고기 비목어(比目魚)를 가리킨다. 태어날 때부터 눈 하나를 잃은 물고기가 있는데, 어느날 자신처럼 한쪽 눈이 없는 물고기를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전설이다. 둘이 하나를 이뤄야 비로소 온전해지니 참된 사랑, 진정한 부부를 비유한다.

시와 음악 2023.08.16

쌀 한 톨 /정호승 (시인, 1950-)/이해우 재미 시인

쌀 한 톨 /정호승 (시인, 1950-) 쌀 한 톨 앞에 무릎을 꿇다 고마움을 통해 인생이 부유해진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잊지 않으려고 쌀 한 톨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해질녘 어깨에 삽을 걸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다 //쌀 한 톨에서 시인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으라는 아버지의 말씀과 그 의미를 생각한다. 쌀 한 톨이 귀한 시절이 있었고, 아직도 세상에는 여전히 귀한 곳이 많다. 감사하는 마음 다음에 오는 것은 경건함 이다. 경건은 종교적 헌신이나 영성을 포함한 미덕이다. 이렇게 쌀 한 톨에는 감사와 신의 배려가 담겨있는 것이다. 소중히 하여야 하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