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5

낙화 /조지훈

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모든 삶의 종점은 죽음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던 그곳에 도달한다. 죽음은 자연의 순리이기에 그렇다. 별이 지고 새벽이 온다. 여명에 산이 가까와 보인다. 이제야 어두운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희망의 시간이어야 하는데 빛 속에 우리는 떨어진 꽃을 본다. 미닫이 문은 시인의 마음이고 그 마음에 떨어진 붉은 꽃의 물이 들었으니 슬픔을 은유한다. 그이의 고운 맘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울고 싶은 심정이다...

시와 음악 2023.10.26

내 안에 오시어/정 순 영 시인

내 안에 오시어 정 순 영 내 안에 오시어 나를 살리시네 세상에서 들숨 날숨이 어수선할 때 하늘 한 움큼 먹여주시네 내 안에 오시어 나를 깨우시네 세상살이 게으름이 하늘을 가릴 때 산만한 안개를 걷어주시네 내 안에 오시어 나를 이끄시네 세상바람에 비틀거리며 헤매 일 때 하늘빛 한줄기 길을 밝혀주시네 하늘 숨을 쉬어라 내가 먹여 주리니 은혜 숨을 쉬어라 내가 다시 오리니 월간 2022, 12월호. 통권414호.

시와 음악 2023.10.24

우 정 /아인슈타인/ 이해우 재미시인 해설

우 정 /아인슈타인 안녕! 이따금 해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인사를 한다 하릴없이 내 주위를 매일같이 돌아 주는 친구여 그대의 큰 덩치와 그대와의 거리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대의 우정이 너무도 큰 것임을 안다 언젠가 내가 먼 우주로 떠나서 그대를 쳐다보지 않는다해도 그대는 여전히 기웃거리며 나를 찾아오겠지 안녕! //아인슈타인? 맞다,우리 모두가 아는 상대성 이론을 말씀하신 一石 선생 맞다. 이 시에서 그는 해를 덩치가 큰 따스한 친구를 은유하였다. 아마도 그가 바라는 친구의 狀일 것이다. 늘 주변을 돌며 살피면서 늘 찾아오는... . 해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 나도 생각해 보았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3.10.19

기억 속의 풍경화 /이 해 우

기억 속의 풍경화 /이 해 우 조금만 더 걸으면 내가 너를 찾을까 따스하게 팔짱 끼며 재잘대던 네 목소리 안갯속 길을 걷듯이 그 길 위에 혼자 섰다 그토록 그리웠던 어린 날 풍경들은 세월의 바람 속에 흐려져 지워졌나 자꾸만 둘러보아도 쉬어가란 말 없더라 //과거의 기억 속 풍경들은 참 많이도 사라졌다. 어딜 가나 낯이 선 풍경들. 어딘가 작위적이고 어색한 모습들에 다가서기가 어색하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란 길재의 말은 이 시대엔 수정되어야 한다. '산천도 인걸도 찾을 길이 없어라' - 이해우

시와 음악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