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3

She Walk in Beauty

She Walk in Beauty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By George Gordon Byron 조지 고든 바이런 지음 She walk in beauty, like the night Of cloudless climes and starry skies. And all that's best of dark and bright Meet in her aspect and her eyes; Thus mellowed to that tender light Which heaven to gaudy day denies.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구름 한 점 없고 별이 빛나는 밤 하늘처럼 어둠과 빛의 모든 眞髓가 그녀의 얼굴과 두 눈에서 만나고, 華麗하게 빛나는 낮에게는 하늘도 拒絶하는 부드러운 빛으로 무르익는다. One..

시와 음악 2023.11.13

날,세우다 /정지윤

날,세우다 /정지윤 동대문 원단상가 등이 굽은 노인 하나 햇살의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숫돌에 무뎌진 가위를 정성껏 갈고 있다 지난밤 팔지 못한 상자들 틈새에서 쓱쓱쓱 시퍼렇게 날이 서는 쇳소리 겨냥한 날의 반사가 주름진 눈을 찌른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눈초리를 자르고 무뎌진 시간들을 자르는 가위의 날 노인의 빠진 앞니가 조금씩 닳아간다 늘어진 얼굴에서 힘차게 외쳐대는 어허라 가위야, 골목이 팽팽해지고 칼칼한 쇳소리들이 아침을 자른다 (2012 동아 신춘 문예) //이 시에서 가위의 은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시를 쓰는 나에겐 詩로 읽혔다. 시인에게 가위를 가는 행위는 퇴고에 퇴고를 하는 과정이다. '무뎌진 시간'이란 헤이해진 정신의 은유가 되겠다. 가위의 날을 갈듯이 이를 악물고 정진한다. 드디어 ..

시와 음악 2023.11.12

시를 읽는다 /박완서/ 이해우 해설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나는 매일 수 편의 시를 읽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시인이 되고 시평도 하게 되었다. 이것들은 내가 시를 사랑해서 생긴 덤이다. 왜 시를 그리 읽고 쓰냐면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의 이 시를 대신 답으로 주고 싶다. 시에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들이 가슴 찡하는 단어들로 다 담겨있다. - 이해우

시와 음악 2023.11.10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어령(1934∼2022)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어령(1934∼2022)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이어령 교수의 유고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의 대표 시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선생님 보다 10년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를 그리며 지은 시다. 이민아 목사가 생전에 살던 곳이 '헌팅턴 비치' 市다. 이제 사랑하는 딸은 그가 알던 곳에 없다. 이 책의 서문에 선생님..

시와 음악 2023.11.10

색즉시공(色卽是空) /이해우

색즉시공(色卽是空) /이해우 창문을 열었더니 황금빛의 서녁하늘 紅山의 축복속에 기러기 날아가네 마음의 벽을 허물고 物我가 하나된다 세상의 큰 강물을 따라서 흘러간다 적멸을 노래하는 귀뚤이의 연주는 십일월 깊은 달밤의 고승 독경 같아라 //색즉시공은 현실의 물질적 존재는 모두 인연에 따라 잠시 존재하였다가 다시 소멸되는 것이니 고유의 존재성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그 또한 진실이니 이를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밤 내가 한 생각은, 이런 만물의 인연 속에 잠시 형체로 존해하지만 곧 우린 다시 흩어져 무엇이 될 것인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인연들에 아쉬워 할 것인가? 아님 이를 다 잊고 또 다른 인연의 만남이란 윤회를 반복해야 하는가? 귀뚤이 울음소..

시와 음악 2023.11.10

신의 한 수같은 인생은 없다/ 노현승

신의 한 수같은 인생은 없다 모기는 피를 빨 때 잡히고, 물고기는 미끼를 물 때 잡힌다. 인생도 이와 같고 남의 소유를 탐낼 때 위험해 진다.​ 몸의 근육은 운동으로 키우고, 마음의 근육은 관심으로 키운다.​ 체온이 떨어지면 몸이 병들듯, 냉소가 가득한 마음은 병들기 마련이다. 오래 걸으려면 좋은 신발이 필요하듯, 오래 살려면 좋은 인연이 필요하다. 포장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엔 버려지듯이, 남의 들러리로 살아가는 삶은 결국엔 후회만 남는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달라지면 둘은 공존할 수 없다. 사람의 관계도 이와 똑같고 최적의 거리를 유지할 때 공존한다.​ 바둑의 정석을 실전에서 그대로 두는 고수는 없고, 정석대로 두면 어느 한 쪽이 불리해 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생의 정석도 불리하지 않기 위해 ..

시와 음악 2023.11.09

석양/ 성지민/ 서양화가

석양 성지민 바닷가에앉아 지는해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어느새 인생이 여기까지왔는지 다정했든 사람들과 함께한 지난 시간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보고싶고 그리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파도소리 철석철석 ~ 바람이불어 물결이 출렁이고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듯 세월의 그림자가 얼굴에 깊게 드리워지고 마음은 착잡해진다 빛나던 태양은 바다속으로 사라지고 우리네 인생은 다시올수없고 못다한 사랑에대한 미련때문에 생각할수록 가슴이 자꾸만 아려온다

시와 음악 2023.11.09

논개의 노래 /이해우

논개의 노래 /이해우 그이가 죽던 날 내 세상도 끝났습니다 촉석루 바위에서 남강을 내려보니 면면히 이어진 물결 조선의 숨이었습니다 지난날의 눈물들과 한숨 속의 내일이여 강가의 절벽에서 당신들을 노래하다 이 강에 나를 바치니 빛을 내려 주소서 //그동안 논개는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남아 있는 기록을 근거로 진주성의 관기(官妓)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87년 해주 최 씨 문중에서 발행한 《의일휴당실기(日休堂實記)》에 논개 관련 부분이 언급되는데, 최경회를 의미하는 경상우병사증좌찬성최공시장(慶尙右兵使贈左贊成崔公諡狀)에 논개 관련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공의 부실(副室)이 공이 죽던 날 좋은 옷을 입고 강가 바위에서 거닐다가 적장을 유인해 끌어안고 죽어 지금까지 사람들은 의암이라고 부른다 (且其副室 公死..

시와 음악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