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色卽是空)
/이해우
창문을 열었더니
황금빛의 서녁하늘
紅山의 축복속에
기러기 날아가네
마음의 벽을 허물고
物我가 하나된다
세상의 큰 강물을
따라서 흘러간다
적멸을 노래하는
귀뚤이의 연주는
십일월 깊은 달밤의
고승 독경 같아라
//색즉시공은 현실의 물질적 존재는 모두 인연에 따라 잠시 존재하였다가 다시 소멸되는 것이니 고유의 존재성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그 또한 진실이니 이를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밤 내가 한 생각은, 이런 만물의 인연 속에 잠시 형체로 존해하지만 곧 우린 다시 흩어져 무엇이 될 것인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인연들에 아쉬워 할 것인가? 아님 이를 다 잊고 또 다른 인연의 만남이란 윤회를 반복해야 하는가? 귀뚤이 울음소리를 들으니 마치 그는 이런 이치를 잘 아는 고승의 독경처럼 들렸다. - 이해우
'시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를 읽는다 /박완서/ 이해우 해설 (0) | 2023.11.10 |
---|---|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어령(1934∼2022) (0) | 2023.11.10 |
신의 한 수같은 인생은 없다/ 노현승 (0) | 2023.11.09 |
석양/ 성지민/ 서양화가 (0) | 2023.11.09 |
논개의 노래 /이해우 (0) | 2023.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