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어령(1934∼2022)

양곡(陽谷) 2023. 11. 10. 07:35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이어령(1934∼2022)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이어령 교수의 유고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의 대표 시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선생님 보다 10년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를 그리며 지은 시다. 이민아 목사가 생전에 살던 곳이 '헌팅턴 비치' 市다. 이제 사랑하는 딸은 그가 알던 곳에 없다. 이 책의 서문에 선생님은 [네가 간 길을 내가 간다]라 썼다. 이제 그는 물리적으로 존재함에도, 자신의 사랑하는 딸 한 사람이 없기에 텅 빈 것 같은 헌팅턴비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운 딸이 있는 곳으로 그녀가 갔던 길을 따라서 가고 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아비의 딸에 대한 사랑은 다 같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딸을 갖은 아비이기에....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