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이 익는다./권세준 시인
가을 꽃이 익는다. 언 땅 나목에 서리가 내려 앉아 바람 꽃을 피우니, 만산엔 백설 내려 동토를 덮은 재조산하! 흰 꽃무뉘 정원을 꾸몄다. 산들바람 훈풍에 생기가 돋고 설중매 동백이 봄을 기다리니, 풋푸른 연두빛 고운자태 고개를 내민다. 진달래 개나리 꽃 망울 피우고 살구꽃 피고 지는 고향의 봄에 만산은 춘삼월 호시절! 봄을 노래한다. 폭우와 작열하는 햇살을 견디고 이겨낸 가을하늘! 지난 계절에 움트고 자란 잎새 낙엽귀근의 순환을 알 때가 되니 여름 날 가슴 태우며 남기고 익힌 가을 꽂 붉게 멍들고, 녹음방초 푸르름이 영원할 줄 알았으나 가을바람 선선하니 송한연후에 후조야를 눈치채고 에둘러 물감 옷을 입혔구나! 한 해를 돌고 도는 계절의 순환에 소년은 길을 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갈 길을 재촉하고 청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