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詩 /곽길선 날마다 집에 갇혀 봄날을 기다렸던 한겨울 불면의 밤 스스로 걸어 나와 창문에 드리워진 슬픔 입김으로 닦는다 긴긴날 시린 생각 껍질을 벗겨내고 반짝이며 날아온 햇살의 지문으로 꽉 막힌 울대를 만져 닫힌 말문을 연다 얼룩진 그리움들 눈먼 시간도 지워 백지로 떠오르는 욕망의 흰 속살에 몸으로 움켜잡은 먼 길 바람이 읽고 있다 -뜨게 부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남녀. -너설: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 나온 곳. [신춘문예 당선작-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