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푸른 나무]
신평
숲의 정령이 새벽안개로 축축이
네 몸 감싸고 인사하자 너는 벌떡 깨어났다
간밤 늑대의 거친 포효에 잠을 설치고
대륙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너무 무거웠다
푸른 잎사귀 비늘을 햇살에 반짝이며 일어나
길게 내쉬는 숨으로 구름을 뿜는다
가혹한 생의 조건을 이기고 살아오며 떨어뜨린
상처의 껍데기들 무심코 내려다본다
미지(未知)의 불가측이 벌리는 거대한 아가리 앞
언제건 힘없는 팔랑개비로 뒤집힐 수 있어도
단련된 무욕의 황금보검이 너에게 준 자유
그리고 그 자유가 뿌려둔 처처에 숨은 축복
너를 종신토록 편안케 하리니
긴 겨울 지나 다시 푸르게 살아날 꿈 꾸며
먼 지평선 넘어 찾아올 영원한 안식
불퇴(不退)의 시선으로 기다린다
덧: 일어나면 개들에게 밥을 준 뒤에 연못으로 바로 갑니다. 그곳에 서면 마음이 고요해지지요. 수십 년 해온 습관인데도 질리지 않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무욕의 마음도 연못이 많이 길러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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