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이 익는다.
언 땅 나목에 서리가 내려 앉아 바람 꽃을 피우니,
만산엔 백설 내려 동토를 덮은
재조산하!
흰 꽃무뉘 정원을 꾸몄다.
산들바람 훈풍에 생기가 돋고 설중매 동백이 봄을 기다리니, 풋푸른 연두빛 고운자태 고개를 내민다.
진달래 개나리 꽃 망울 피우고
살구꽃 피고 지는 고향의 봄에
만산은 춘삼월 호시절!
봄을 노래한다.
폭우와 작열하는 햇살을 견디고 이겨낸 가을하늘!
지난 계절에 움트고 자란 잎새 낙엽귀근의 순환을 알 때가 되니
여름 날 가슴 태우며 남기고 익힌 가을 꽂 붉게 멍들고,
녹음방초 푸르름이 영원할 줄 알았으나 가을바람 선선하니 송한연후에 후조야를 눈치채고 에둘러 물감 옷을 입혔구나!
한 해를 돌고 도는 계절의 순환에
소년은 길을 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갈 길을 재촉하고
청춘은 미완으로 장년에 머무니 야속한 세월은 어느새 노년의 자태로 익어만 간다,
생각과 마음은 춘심이거늘
몸 따로 마음 따로 생각도 따로
계절도 인생도 깊어만 간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꽃 중에는 봄 꽃과 가을 꽂 춘추화가 제일이나,
이 가을에 익어가는 지금 꽃이 으뜸이 아니겠는가!
가는 세월은 잡을 수 없고
오는 시간은 머무르지 않으니
사계절 순환의 꽃 밭에 이왕 놀러 나왔으니ᆢ
된 서리 오기전에 지금 이 순간의
생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며,
그냥 놀다 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이 익어가는 10월 6일 금요일,
오늘을 맞이하며 또 보낸다.
권함춘 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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