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모든 삶의 종점은 죽음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던 그곳에 도달한다. 죽음은 자연의 순리이기에 그렇다. 별이 지고 새벽이 온다. 여명에 산이 가까와 보인다. 이제야 어두운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희망의 시간이어야 하는데 빛 속에 우리는 떨어진 꽃을 본다. 미닫이 문은 시인의 마음이고 그 마음에 떨어진 붉은 꽃의 물이 들었으니 슬픔을 은유한다. 그이의 고운 맘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울고 싶은 심정이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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