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다
/문태준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꽃이 핀다'는 대개 인생의 정점을 말한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그 꽃이 피려면 인고의 시간을 지내야 한다.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이다. 시인은 그것을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라 은유하였다. 드디어 해가 향기나는 알을 꽃 속에 낳았으니, 알이 숙성되면 꽃이 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웅녀가 쑥과 달래를 먹으며 견뎌 인간이 된 것과 유사하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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