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옷도 없이 겨울을 난 굵은 가지들은 추위에 얼고 쌓인 눈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드디어 찬란한 봄이 왔다. 얼었던 몸이 녹고 이제야 가지들은 자신을 지탱한 것이 그 고난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러진다. 긴 설명은 오히려 추하다. 늙은 가지만 떠나면 되는 거다. 이것이 늙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란 것을 제목에서 단박 알 수 있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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