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한바탕 꿈일레라]

양곡(陽谷) 2023. 8. 20. 07:43

[한바탕 꿈일레라]

주어진 것 마냥 고마워하는 나이가 되니
하나가 없어도 있는 하나
다행히 여기는 넉넉함
지나온 날 찬찬히 살필 수 있더라
많은 것 얻고 많은 것 잃었지
영광의 때도 있었고
고요한 바닷가 반짝이는 조개껍질들 만지듯
종말의 폭풍 한가운데 휩싸이듯
사랑의 열락에 들뜨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기쁨과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남에게 안겨준 실망과 상처
나에게 칼로 돌아와 더 깊은 상처 남기고
괴로움의 한숨, 헛소리는 입에서 가시지 않으니
나는 언제쯤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점점 인식의 공간은 좁아져 오고
생의 마지막 재촉하는 듯하여
잡은 끈 조금씩 놓으니
나는 아득히 저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에 남은 나
또 다른 나를 열심히 쫓아가는데
문득 잠깐 멈추고 돌아보니
이 모든 것 한바탕 꿈일레라

덧: 경주 남산에 무지개가 걸렸군요. 고 청곡 안형관 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남산 기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집을 지었습니다. 경주 남산은 신라 천년의 가장 큰 상징이자 전국의 산 중 영적 기운이 아주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때가 아직 30대였지요. 매일 컴컴한 새벽 혼자서 남산을 뛰어서 올라갔습니다. 15분 만에 정상까지 다다랐습니다.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