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양곡(陽谷) 2023. 8. 16. 12:27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이 시의 비목은 당나라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전설의 물고기 비목어(比目魚)를 가리킨다. 태어날 때부터 눈 하나를 잃은 물고기가 있는데, 어느날 자신처럼 한쪽 눈이 없는 물고기를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전설이다. 둘이 하나를 이뤄야 비로소 온전해지니 참된 사랑, 진정한 부부를 비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