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725

미지막 / 신평 변호샤 ㆍ시인

[마지막]] 바람이 한 여름 더위 그늘로 데리고 가듯 강물이 절벽 옆 깊은 곳에 푸르게 가라앉듯 남은 시간이 가슴 속 응고된 회한의 덩어리 삭여 마른 하품으로 증발시키면 이 하늘 저 하늘 인연의 중력에도 매이지 않고 깃털처럼 가벼이 떠도는 몸 아무렇지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가뿐히 경계선 넘어가리 덧: 매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군요. 양옆에 코스모스가 피어나게 하여 코스모스 길을 만들었습니다. 코스모스꽃은 상식과는 조금 다르게 한여름인 지금부터 핀답니다.

시와 음악 2023.07.06

유월에 들은 1성

#유월에들은一聲 소아 박정열 그대 오늘이여 이 강토, 저 푸른 산하山河를 보았는가 자존自存을 지키고자 혼신을 다 바친 영령英靈들을 기억하는가 아지랑이 사이에 피는 꽃도 세찬 빗줄기며 알록달록한 단풍인들 찬 서리 눈바람에 온몸이 딱딱히 어는 줄도 몰랐더라. 빗발치는 포화 속에 밤을 낮 삼아 거친 산등성이 넘고 또 넘어 굶주림도 잊은 채 황량한 벌판을 성난 파도로 누비어 가던 날 광란의 불꽃놀이에 차마 쓰러질 수 없어 주검을 방패 삼아 고통의 신음에 진군의 나팔 소리 들으며 피 끓는 청춘을 불살라 달려갔노라 그리워도 그리워할 겨를도 없고 상흔에 아파할 촌각도 없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결연한 충정忠正을 그 함성을 그대 가슴으로 들어라 푸르구나 6월의 이 산하山河 이름 없는 영령英靈의 주검의 뜻은 오늘을 푸르게..

시와 음악 2023.07.05

백일홍/경향 글

얘야, 금년에도 반갑구나! 장마가 피워 준 백일홍. 돌보는 이 없어도 해마다 지 혼자 나서 자라고 꽃을 피우는 목숨 질긴 예쁜 꽃. 금년 들어 처음 만나는 백일홍꽃. 마당 한구석 광나무 모종판 틈새에서 훌쩍 피어올랐다. 사람은 붉은 게 별로 더라만 너는 참 이쁘구나! 이제 가지를 여럿 치면서 각색의 꽃을 내겠지.. 얄궂게 척박한 데서도 살았으니 이제 같이 잘 살아보세나!

시와 음악 2023.07.04

동행

#동행 소아 박정열 꽃피는 계절은 어느덧 지나가고 녹음 짙은 이 계절이 지나고 나면 산야에 찬 서리 단풍이 물드는 날 흩날릴 낙엽 볼까 하매 서럽다 겨울한파 흰 눈발이 몰아쳐 오면 문풍지 사이로 훈풍이 불 때까지 어둡고 추운 긴 겨울이 지나도록 차가운 손 어루만질 마주 잡는 두 손 흰 눈 쌓인 오두막에 부는 찬 바람 싸리 문밖 오간 발자국 흔적 없는 부뚜막엔 냉기 서려 밥솥이 비어도 뜨거운 가슴으로 한기를 데워줄 고단한 삶의 무게 양어깨에 걸머지고 웃음으로 도란도란 함께 가는 길 둘은 즐겁고 바라보면 행복하고 슬퍼도 마주 보며 웃어 줄 그대와 나는 인생길 머물 동안 서로의 등받이로 힘들고 고달파도 함께 할 우리 한마디 말이 위로되고 기쁨이 되어 홀로 남는데도 가슴에서 살 사람

시와 음악 2023.07.01

촛불/ 소아 박정멸

#촛불 召我 朴貞烈 촛불은 기원입니다. 촛불에는 염원이 담겼습니다. 불굴의 용기와 희망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환히 밝혀 줄 촛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노라면 미처 알지 못할 시련이 닥칠 때가 있습니다. 고뇌의 돛을 달고 번민의 노를 젓는 노도 앞에 등대 같은 촛불이면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어둠의 질곡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도 있습니다. 반목의 늪에서 벗어나 대립의 앙금을 걷어내는 화해의 촛불이면 참 좋겠습니다. 삶이란 늘 만족할 순 없지만 가슴에서 우러난 배려와 사랑으로 상처 난 마음 토닥이는 격려로 기쁨이 번지는 미소 같은 촛불이면 더 좋겠습니다.

시와 음악 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