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
/조지훈(趙芝薰)
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 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외로움은(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라고 덴마크 출신의 철학가 키에르 케고르가 말했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서로를 떼어날 수 없는 현실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마음이 소통이 없을 때 온다. 시인은 그 외로움에 빠졌을 때 민들레에서 위로를 받았다. 아마도 시인의 외로움은 사랑하는 이가 멀리 있어서 인 것 같다(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것이 사별인지도 모른다. 사족같은 설명을 하나 하자면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란 말에서 '한'은 '크다'는 말이다. 대전을 예전엔 '한밭'이라 불렀다. '큰 밭'이란 의미다. 한강의 한도 마찬가지다. 한강의 옛 이름은 '한가람'이다. 각설하고 잊어버리려 해도 잊어지지 않는 그림움일지라도 민들레가 옆에서 바라 봐 주면 큰 위로가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