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눈썹달 /신달자

양곡(陽谷) 2024. 1. 10. 06:51

눈썹달
/신달자

어느 한(恨) 많은 여자의 눈썹 하나
다시 무슨 일로 흰기러기로 떠오르나
육신은 허물어져 물로 흘러
어느 뿌리로 스며들어 완연 흔적 없을 때
일생 눈물 가깝던 눈썹 하나
영영 썩지 못하고 저렇듯 날카롭게
겨울 하늘을 걸리는가
서릿발 묻은 장도(粧刀) 같구나
한이 진하면 죽음을 넘어
눈썹 하나로도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 누구도 못 풀 물음표 하나를
하늘 높이에서 떨구고 마는
내 어머니 짜디짠 눈물 그림자

//눈썹달은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표현한 단어이고, 이 시에서는 어머니의 한을 은유한다. 시인은 달을 보며 恨 많은 생을 살으셨던 어머니를 생각하였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차가운 칼처럼 보이는 초승달에서 그녀가 짐작한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이런 시는 어떻게 쓰이는 것일까? 삶의 경험에서 오는 것이 맞지 싶다. 신달자 시인은 자신의 인생의 과정에서 겪은 아픔과 고뇌를 섬세한 여성적 필치로 시를 쓴 대표적 여성시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나이 마흔이 되지 않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5년 이상을 남편을 수발하고 시부모를 봉양하면서 질곡의 세월을 보냈기에 한국 전통적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러니 그녀에게 삶이란 그리 달콤하지도 평온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경험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그녀는 자신이 본 어머니의 삶을 사랑과 애증의 시각에서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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