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
/이해우
젊음이 떠난 후엔
새벽에 눈을 뜨면
한 잔의 물을 찾아
주변을 더듬는다
사막을 걸었었는지
아침마다 목이 탔다
한 잔의 물이 들면
마른 몸엔 피가 돌고
사막은 신기루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全裸의 삶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전엔 보지 못한
실상과 허상들이여
코끼리를 더듬었던
소경이 나였구나
아 나는 바보였구나
내가 사막이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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