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개안 /이해우

양곡(陽谷) 2023. 11. 1. 07:55

개안
/이해우

젊음이 떠난 후엔

새벽에 눈을 뜨면

한 잔의 물을 찾아
주변을 더듬는다

사막을 걸었었는지
아침마다 목이 탔다

한 잔의 물이 들면
마른 몸엔 피가 돌고

사막은 신기루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全裸의 삶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전엔 보지 못한
실상과 허상들이여

코끼리를 더듬었던
소경이 나였구나

아 나는 바보였구나

내가 사막이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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