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박정열
나그네는 석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노을은 홀연히
바람에 사라져 가는지라
밤낮 가릴 것 없이
여름 만난 귓속 매미는
해거름 짓하다가
또, 가을밤 귀뚜리 짓한다
꼭, 겨울이 아니어도
바람이 솔가지에서 울듯
정승 같은 백년지객 뒤에
출가외인은 따라오고
예쁜 햇병아리
손녀는 뜀뛰며 좇아오고
껑충한 떠꺼머리도
까칠한 댕기 머리도
일가를 이뤄
앞서거니 뒤서거니
손자가 촐랑촐랑 앞서 온다
해는 낮달에 등 떠밀려
산그늘이 길게 드러눕고
꼭 뭔 날이 아니어도
하늘이 죽사발이면
놀이터 아이들은 새 떼처럼
둥지를 찾아 든다
삼복 철에도 노을은
바람 따라 쉬 사라져 가니
길 나선 나그네는
석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곧 땅거미가 내릴 걸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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