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 물고기
/기각(綺閣)*
작은 동이에 물을 담으니 비록 깊지 않으나
물고기 때때로 떴다 잠겼다 마음껏 하네
그것을 보니 결코 동이 속에 있을 물건이 아니니
활발하여 스스로 강호로 나가고픈 마음이 있네
* 기각은 19세기 중반 조선의 여시인이다. 그리고 그녀는 순한글 시를 썼다. 그녀가 쓰는 한글시법은 독특했다. 먼저 한시를 짓고 음을 한글로 적은 뒤 우리말로 다시 풀어썼다. 그러니 한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한글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당시의 여성 지식인이 한글을 썼던 방식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가 물을 만났으나 떴다 잠겼다만 할 뿐이다. 달리지도 못하고 떴다 잠겼다 하는 피상적 운동뿐이다. '제 물 만난 물고기처럼'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도 뜻을 펼치는 공간이 따로 있다. 뜻은 컸지만 그 뜻을 펼칠 세상이 없었던 조선의 여심이 이 시에 짙게 배어있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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