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최림서
오십견이 처음 찾아왔을 땐
노래 「청춘」을 듣다가 밤 부엉이처럼 울었다
육십 고개 넘어서면
나이도 재산으로 쌓이는가.
머리가 희끗희끗해질수록
목소리가 깊어가는 가객을 생각한다.
늦은 가을 저녁, 나무는
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껍질도 갈라터지고 속이 단단하게 채워질수록
나무의 향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
//이 시는 나의 페친이기도 한 최서림 시인의 작품이다. 제목으로 미루어 보아 성품이나 인격에 관한 시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갖고 읽으면 쉽게 다가온다. 그는 오십견이 왔을 때 나이듬을 알았고, 육십 쯤 되자 그간의 삶이 안에 자산으로 쌓였음을 깨닫는다. 젊은 시절 남의 책에서 읽고 훔치던 남의 지식과는 다른 자산이다. 시인은 나이듬을 혹은 사람됨을 나무로 비유되었다. 그간 속에 쌓았던 것들 중에서 잔잔한 것은 보내고(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성장의 아픔을 겪으며(껍질도 갈라터지고) 내면을 다져야(속이 단단하게 채워질수록) 비로서 향이 나는 나무가 되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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