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초혼

양곡(陽谷) 2023. 12. 1. 07:25

초혼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어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려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金素月 詩人의 가슴 아픈 첫사랑이 담긴 詩 '초혼'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을 비롯하여 산유화,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외 많은 名詩를 남겨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시인 김소월(金素月) [1902~ 1934.本名 김정식(金廷湜)]의 詩 [초혼(招魂)]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습니다. 이 사연을 알아야 이 시는 이해가 됩니다.

소월이 2살때 그의 아버지 김성도는 일본인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정신병을 앓게 됩니다. 이후 그는 광산업을 하던 할아버지의 훈도를 받고 성장하게 됩니다.

당시 소월은 한 동네에 살았던 박원옥과 사랑을 하였는데 할아버지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원옥의 온 가족이 만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소월의 할아버지는 서둘러 자신의 친구인 소설가 벽초 홍명희(1888~ 1968년)의 딸 홍단실과 그를 결혼하게 합니다.

문제는 그의 연인 원옥이 그를 잊지 못하여 결혼한 여자처럼 머리를 묶고 만주에서 평양의 소월을 찾아 홀홀단신 도망을 온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그를 찾아 온 원옥을 보고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원옥은 결혼한 여인처럼 머리를 묶었습니다), 소월은 '너도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구나'란 말을 합니다.

먼 길을 힘들게 돌아온 원옥은 소월이 결혼까지 하였고 그의 이런 말을 듣자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이제는 갈 곳이 없게 된 그녀에게 이제 선택지는 없습니다.

얼마 후 원옥은 목을 매어 자살을 합니다.

그제서야 진실을 알게 된 소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깊은 비탄에 빠집니다. 당시 소월 자신의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한 시가 초혼입니다. 장윤정이 부른 노래 초혼은 이 시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노래이니 가사는 다르지만 결은 같다 하겠습니다.

// 시인, 본명은 김정식(金廷湜), 소월은 호. 평북 구성군에서 출생. 오산 학교 중학부를 거쳐 배재 고보를 졸업 한 후 도쿄 상대에 입학 하였으나 관동 대진재로 중퇴하고 귀국하였다. 오산 학교 시절에 민요 시인 김억의 지도를 받으며 습작 생활을 하기 시작하여, 1920년에 [낭인의 봄] [야(夜)의 우적]등 5편의 시를 <창조>지에 발표한 후, 1922년에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바람의 봄]등을 <개벽>지에 발표하였다. 같은 해 7월 동지(동지)에 우리 나라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 꽃]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1924년 부터 <영대>의 동인으로 활동, 여기에 [산유화] [밭고랑] [생과 사]등을 발표하였다. 그 후 구성군으로 가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하고 다른 사업에도 착수했으나 실패하였으며, 1934년 32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는 민족 고유의 정서를 민요적인 가락으로 읊어 우리 신시 사상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꼽힌다. 처음에는 정형시를 쓰다가 나중에는 민요적인 서정시를 썼으며, 시론 <시혼>을 발표하여 시에 대한 자기의 태도를 밝혔다. 그 밖의 시 작품에 [닭은 꼬꾸요] [꿈자리] [먼 후일] [임의 노래] [못 잊어]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가는 길] [초혼]등이 있고, 시집으로는 1925년에 발표한 <진달래 꽃>이 있다.

1902년 평안북도 구성 출생
1915년 오산 학교 중학부 입학
1923년 배재 고보 졸업
1924년 영대(靈臺) 동인 활동
1934년 음독 자살
시집 : "진달래꽃"(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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