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사
눈썹이 희끗희끗 엇비친 노승이
절 마당 쓸어내고 간 자리
어느새 낙엽이 쌓인다
하루해가 지도록 빗질해도
지나왔던 뒷걸음의 거리만큼
가을 부스러기가 길을 지운다
세상을 비우고
마음을 닦아도
내 앞에 찍힌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옷가지를 다 벗고
메마른 등줄기가 휘도록
쓸어도 쓸어도 비워지지 않는 속세로
가을이 유혹하는 산사에
새하얀 억새꽃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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