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하늘의 신부가 된 너의 숨소리/이어령

양곡(陽谷) 2023. 11. 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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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신부가 된 너의 숨소리
/이어령
지금도 너는 숨을 쉰다
붓 끝에서 흘러나오는
글씨와 글씨 사이에
점과 점
여백과 여백 사이에
네가 숨 쉬는 소릴가 들린다
폐에 물이 찬 가쁜
숨소리가 아니다
긴 겨울밤 문풍지를 울리는
고통의 한숨 소리가 아니다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천사들이 뿌리는 꽃가루처럼
찬란한 햇빛이다
숨을 쉬어라
찬미가와 찬미가 사이에
네가 남기고 간 말소리가 있다
페달을 밟듯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파이프 오르간 같은가
너의 숨소릴 듣든다
네가 남기고 간 말고 말 사이
숨과 그 숨 사이
우리가 함께 숨 쉬던
너의 호흡
하늘의 신부가 되려고
벗어놓고 간 너의 옷 너의 구두
//이어령 선생님은 글을 쓰며 펜 소리에서 먼 여행을 떠난 딸의 숨소리를 듣는다. 고통의 숨소리가 아닐 찬란한 햇빛이라 은유 함은 이제는 그녀가 더 이상 아픔에 고통받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찬송가를 들으며 반주하는 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건강한 딸의 숨소리를 듣는다. 지상의 모든 걸 벋어버리고, 온전히 하늘의 신부가 되었음을 믿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하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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