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취요일(醉曜日)의 비창(悲愴) /이해우

양곡(陽谷) 2023. 11. 25. 11:55

취요일(醉曜日)의 비창(悲愴)
/이해우

허공에 쓴 이름은 바람에 흩어지고

술잔에 이는 파문
너의 얼굴 닮았던가

가까이 들여다보니
새 한 마리 날아간다

우리가 잘 갔었던
그 술집에
혼자다

술잔에 낀 뿌연 안개
너의 우울 같아서

난 그만 찌그러져서
물개처럼 낄낄거렸다

혼자서 마셨는데

바람도 취했는지

나무를 돌아 나와
낙엽 하나 안고 간다

세상에 메인 날 두고
모두가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