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빛나는 태양아래
내몰리던 사람들과
너무나 환한 빛에
베어진 상처들
詩集과
옛 인연들의
편지에 치유되네
서늘한 손을 닮은
십일월의 초승달에
상처는 아물고
세상은 아름다워라
서늘한 11월의 따스함
잎마저
꽃이 되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며칠 후
/김소연
조금만 더 그렇게 하면 예순이 되겠지.
이런 건 늘 며칠 후처럼 느껴진다.
유자가 숙성되길 기다리는 정도의 시간.
그토록이나 스무 살을 기다리던 심정이
며칠 전처럼 또렷하게 기억나는 한편으로
기다리던 며칠 후는
감쪽같이 지나가 버렸다.
//김소연 시인은 이 시를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프랑시스 잠의 시선집)의 레오폴드 보비가 이 시집의 답시를 적는다는 심정으로 썼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과 같이 그렇게 간절히 소망하던 스무 살 시절은 여느 때의 시간처럼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돌아보니 바로 어제같은 데 이제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예순이나 여든도 며칠 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 그렇게 갈망한 시간이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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