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복지론

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 성격 요점 & 논문전체

양곡(陽谷) 2013. 10. 1. 19:44

 

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인 성격 요점- 정무성.jpg

 

 

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 성격

Characteristics of Industrial Social Services as Social Welfare Programs

 

                                                                                                      정 무 성

                                                                                                       Chung, Moo-Sung

 

1. 머리말

 

‘노동’은 개인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이다. 개인의 자아는 상당부분 그가 종사하는 노동의 유형에 따라 규정된다. 또한 노동의 場인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가치를 형성하고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과 직장은 사회복지의 핵심적인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속의 개인'(person-in-situation)이라는 공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사들이 노동자로서의 개인과 직장 및 동료와의 관계, 사용자와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들이 영리부문(profit sector)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에 전통적으로 비영리부문의 활동으로 여겨져왔던 사회복지에서는 생산현장에서의 노동자의 삶의 질 문제를 소홀히 다루어 왔다. 그러나 최근 노동자 자신들의 복지의식이 향상되고,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용자의 관심이 고조됨과 함께 영리부문에서의 직업영역 확대라는 사회복지사들의 기대가 합하여 산업복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복지분야에서 산업복지에 대한 논의는 주로 개념정립을 위한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한 최근 산업복지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태조사 등이 이루어졌다.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이에 앞서 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 성격에 관한 규명은 사회복지의 한 분야로서의 산업복지 발전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산업복지 프로그램 개발의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에서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의 산업복지의 개념과 내용 에 관해 살펴보고, 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 성격의 논의와 함께 한국의 복지체제 속에서의 산업복지의 기능을 고찰하여 노동자 개인, 사용자,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논함으로써 산업복지의 전망과 과제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2. 산업복지의 개념과 내용

 

복지를 ‘평안히 잘 지내는 상태’ 즉, 인간생활에 기대되는 건강, 안정, 조화, 번영과 같은 행복의 이상적 상태 혹은 그 이상을 추구하는 조직적인 노력이라고 본다면, 산업복지는 노동자들이 평안히 지내는 상태, 노동자들에게 건강, 안정, 조화, 번영 등이 보장되는 행복의 이상적 상태이며 이를 추구하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복지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 혹은 근로생활, 직업생활에 있어서의 복지대책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으나 복지서비스의 제공 주체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인다.

광의적으로 산업복지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기업,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이 주체가 되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 안정, 생활수준의 향상, 복지서비스의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제 시책, 시설, 서비스활동의 총체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기업이 주체가 되는 기업복지, 노동조합이 주체가 되는 노동자복지, 정부가 주체가 되는 사회보장, 협동조합이 행하는 각종 복지활동 등이 포함된다 (한국노동연구원, 1995: 6-7).

협의적으로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산업사회사업(Industrial Social Work, Occupational Social Work 혹은 Social Services in the Workplace)의 개념이다. 산업사회사업이란 경영주나 노동조합 또는 양쪽의 후원 하에 직장 내외에서 노동자의 전반적인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전문사회사업가가 개입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Akabas, 1983: 131). 이 정의에서는 산업복지란 사회사업가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는 전문사회사업의 한 분야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 성격을 규명하려는 논의의 성격상 산업복지를 협의로 파악하여, 고용관계를 근거로 사용자가 노동자 본인 또는 그 가족에게 제공하는 각종 부가급여 또는 복지서비스를 산업복지라 정의한다. 즉, 기업이 임금이나 근로조건 이외에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편익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산업복지는 부가급여(fringe benefits), 보충임금(wage supplement), 근로자원조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s), 비임금지급(nonwage payment), 추가보상(supplementary compensation) 등 다양하게 일컬어지는데, 이는 곧 산업복지의 다양한 성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산업복지는 노동자의 다음과 같은 문제에 개입하여 도움을 준다: 가족문제, 퇴직문제, 건강문제, 정신건강문제, 알콜문제, 재정문제, 탁아문제, 청소년자녀문제, 여가문제, 직원 훈련 및 개발 프로그램 등.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복지라는 용어 하에 산업복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1989:89-167): (1) 생활지원제도 (급식제도, 통근제도, 자녀학자금지원제도), (2) 공제 및 금융지원제도 (공제조직운영, 종업원지주제, 재형저축), (3) 문화·체육시설, (4) 보건·위생시설, (5) 주거지원제도 (사택 및 기숙사, 주택분양, 주택 및 택지구입 자금대부, 주택관리비보조, 주택조합), (6) 기타 (종업원 취학지원, 근로자상담실, 사내복지기금).

이러한 산업복지의 일반적 목표는 노동자가 직장과 가정에서 역할을 보다 잘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 영유아 보육프로그램의 목표는 자녀를 가진 노동자(특히, 여성)가 보다 신뢰할 만한 양질의 보육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근률을 줄이고, 일에 더욱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장내 상담서비스는 노동자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줄 수 있는 심리적, 가정적 문제와 알콜중독 혹은 약물중독 등에 관한 문제를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보다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질적으로 일과 가정생활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어 직장에서 발생한 일이 가정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역으로 가정에서 발생한 일이 직장에서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응용과학으로서 사회복지학은 이 두 영역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이 두 영역의 긍정적인 관계를 강화시켜주는 방안에 관한 노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복지의 한 분야로서의 산업복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Googins & Godfrey(1987: 2)는 산업복지는 인간의 ‘삶의 질’과 ‘노동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켜주는 복지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3. 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 특성

 

(1) 사회복지의 유형과 변화추세

 

사회복지적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기준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복지의 주체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주체에 따라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실시하는 공공복지(public welfare)와 개인 또는 민간단체가 주체가 되어 실시하는 민간복지(private welfare)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공공복지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험(social insurance)과 공적부조(public assistance)로 구성된다. 민간복지는 기업이 주체가 되는 산업복지(industrial welfare), 민간 자선단체의 자발적 서비스에 의해 제공되는 자선사업 (charity work), 개인이나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에 의한 자원봉사(voluntary services) 등을 들 수 있다.

공공복지와 민간복지는 각각 장단점이 있고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민간복지에서는 특수성과 선별성이 강조되는 반면 공공복지에서는 사회성과 보편성이 강조된다. 공공복지는 민간복지에 비해 사회효과성이 뛰어나고, 사회연대성의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평등의 가치를 보다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Gilbert & Specht, 1986: 55-58). 반면에 민간복지는 공공복지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높고, 덜 관료적이며 융통성이 있고,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와 수혜자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Mayo, 1994: 27).

그러나 이들은 상호보완, 협력관계에서 사회의 전체 복지의 증진에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종래의 사회복지는 공적이거나 민간으로 분류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쌍방이 관계되는 복지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토지 · 건물 · 설비를 제공하고 실제의 관리운영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민간 사회복지법인 등에게 위탁하는 관민협력체제의 복지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서구의 선진산업국가에서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공복지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사회보험이 공공복지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의 이념이 대두됨에 따라 점차 공공복지가 사회복지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도 단순한 시혜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권리로 인식되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에 몰아닥친 석유파동 이후 선진복지국가에서는 복지행태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행태 변화에 대해 지금까지의 논의는 주로 정부복지지출의 감소 측면에 초점이 주어져왔다. 그러나 복지비의 감소 사태에 대한 대처방안으로서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구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복지국가 위기감에 대한 우려가 지나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지속되고 있으며 복지비 감소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복지행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비영리 부문의 영리성 활동의 확대와 영리부문에서의 비영리적 활동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복지의 책임 주체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영리부문에서의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는 공공부문에서의 복지비가 부족하거나 축소될 때 공공복지의 보완적인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러한 기대는 사회복지를 공공복지와 민간복지의 합(合)으로 보고, 복지국가 위기에 대한 대처로서의 사회복지 민영화 논의에서 잘 나타난다 (Rose,1989; Johnson, 1990).

 

(2) 민간복지로서의 산업복지

 

한 나라의 복지체제의 전반적인 윤곽을 파악하고 그 공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각 복지프로그램 사이의 상호관련성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복지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많은 사회복지 활동이 가족이나 공동체의 비공식적인 원조망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며, 기업이나 민간기관 등의 민간복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서구 선진복지국가에서는 공공복지가 발전하면서 민간복지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점차 축소되기는 하였지만, 사회의 특성에 따라 아직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복지에 대한 민간복지의 역할은 주된 제공자, 보완적 제공자, 보충적 제공자 등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Kramer, 1981: 235-247). 주된 제공자의 역할은 정부의 복지서비스 제공기능이 부재하거나 미약하기 때문에 민간복지에서 제공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보완적 제공자의 역할은 정부의 복지서비스와는 질적으로 차별화되는 복지서비스를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하여 시장경쟁을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보충적 제공자의 역할은 정부서비스의 대체로서의 민간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와 수혜자들에게 정부서비스 이외에 또 다른 하나의 대안으로서의 선택권을 확대해 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족주의, 집단주의, 유교문화 등의 특색을 지니고 있는 우리 사회는 가족 연대에 의한 민간부문의 사회복지적 역할이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이는 직장에서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쳐 가족적인 연대를 강조하고 정규급여 이외에도 기업이나 사업체 단위로 복지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은 사회복지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대행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국의 복지제도에 대한 비교연구에서도 상대적으로 사회보험이 취약한 나라일수록 기업차원에서 이를 보완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Flora and Heidenheimer, 1981). 따라서 한국의 사회복지에 있어 민간복지로서의 산업복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987년 이후 산업복지의 수준이 급격하게 증대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지만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1)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임금보전의 수단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한 경우, (2) 충분한 임금인상이 이루어진 경우라도 노동자들의 급진성을 완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부가혜택을 제공하는 경우, (3) 노동자들의 직장소속감을 고취시키고 근로의욕을 증진하여 기업경쟁력을 제고시키려는 정책적 목적에서 더 많은 부가급여를 제공한 경우, (4)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적정선을 넘어 부가급여를 인상시키는 경우 (송호근, 1995: 86-88).

산업복지의 우선적 기능은 근로자와 그 가족을 도와서 직장 내외에서 발생하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여 만족스러운 근로자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산업복지는 위험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보다 나은 직장내 물리적 혹은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일에도 개입한다. 그리고 파업 노동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협상이나 서비스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나아가서 전문 산업복지서비스는 금품이나 시설에 의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전문적 사회사업 지식과 기술을 적용하여 사회심리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사회복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포함한다.

이 경우 산업복지프로그램은 개인의 복지뿐만 아니라 가족과 나아가서는 사회 전반의 복지에 기여하게 된다. 즉 가정에서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사업장에서의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사회전체의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복지는 단순히 경영정책적 관점에서만 제안되어서는 안되고 전반적인 사회정책적인 차원에서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주어진다. 산업복지프로그램이 보다 효과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그러한 프로그램이 시행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영유아 보육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시켜 후기산업사회의 인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게 될 생산적 복지의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직장 영유아보육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세제혜택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여성노동자의 산업현장에의 진입이 늘어나면서 아동위탁 욕구 및 교육적 차원에서의 관심 증대에 따라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산업복지프로그램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산업복지의 필요성은 기업 내외적으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기업 외부적 요구란 기업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 즉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따른 요구이다. 정치 민주화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는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87년 6·29선언 이후 나타난 노동자들의 활성화된 노동운동은 한국의 산업복지제도에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큰 변화를 초래하였다. 즉,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치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산업복지의 확대는 필수적이었다.

경제적으로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성장의 결실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불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짐으로써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들에게 보상하는 의미에서 산업복지를 통한 노동자들의 소득보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기계의 노예로 전락한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산업복지의 필요성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내적 요구는 기업의 윤리적 입장에서의 사회적 책임과 노사협의 풍토의 조성과 관련이 있다. 기업은 분배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노동자에 대한 적정한 임금을 지불하고, 국가에 마땅한 세금을 내고, 남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기업윤리에 대한 시대적 요청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기업은 항상 생산성 향상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는데, 과거와 같은 강압적인 자세로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 따라서 노사협의에 의한 산업현장의 제반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들에게 복지서비스를 통한 개인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줌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실제로 산업복지서비스가 직장에서 제공되는 경우, client는 노동자에게 익숙한 환경인 직장에서 용이하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client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 겪어야 하는 시간적, 공간적,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직장에 대한 신뢰감과 만족감을 증대시켜 주어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가정적으로는 과거처럼 남자는 가정의 수입을 책임지는 바깥 일에 전념하고 여자가 가사일에 전념하는 역할분담의 경계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여성취업율이 50%에 육박함에 따라 가정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 구분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과 남성 모두 새로운 역할관계를 모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산업복지프로그램은 기업의 목표에도 순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산업복지의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Carter, 1977: 15-16).

1) 비용절감: 노동자에게 미치는 자연적 혹은 산업적 위험으로부터 노동력을 보호함으로써 지출되어야 할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의 이윤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2) 노동력 안정: 산업복지 프로그램의 서비스나 부가급부를 통하여 노동자의 이직율을 낮추고 유능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노동력을 안정시킨다.

3) 노동력 유지: 새로 유입된 노동력이나 부녀자, 연소자 등 특수집단의 욕구를 해결해 줌으로써 노동자들이 가지는 노동의 장애요소들을 경감시켜 효과적인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4) 산업현장의 인간화: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게 해줌으로써 비인간화되기 쉬운 산업현장의 직무와 조직을 인간화하려는 노력이다.

5) 기타: 기업이 사회적 기관으로서 혹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한 조직으로서 바람직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산업복지가 기업의 이익에만 기여하고 사용자의 온정주의에서 기인되는 것이라면 노동조합은 반발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산업복지를 선호하고 있고 노조들도 산업복지프로그램을 중요한 단체교섭의 품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산업복지와 화폐임금 사이에는 대체성이 있기 때문에 산업복지프로그램의 확대는 화폐임금 인상에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기업복지를 선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첫째,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산업복지프로그램이 화폐임금에 대체하여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화폐임금에 추가되어 별도로 지급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둘째,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복지서비스에도 규모의 경제 논리가 작용하여 보험, 교육, 상담, 법률자문과 같은 서비스를 매우 다양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이 각종 서비스를 스스로 구매하기 귀찮아하기 때문에 제공되는 서비스를 편의성에 만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복지는 화폐임금에 비하여 세제상의 이익이 있는 경우가 많아 선호된다 (김대모, 1991:20-22).

 

(3) 산업복지의 한계

 

미국의 복지체제는 유럽의 여러 복지국가 모형과 비교할 때 사회복지 전체에 있어 공공복지 부문이 크게 취약한 반면 개별 노동자의 고용을 매개로 한 산업복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불균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공공복지 수준은 다른 선진 산업국가들에 비해 취약하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복지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열악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공공복지의 부족한 부분을 산업복지가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산업복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복지수준은 국가의 열악한 공공복지 지표만큼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보험 중심의 사회복지제도는 분배의 형평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반면에 고용 특성에 연계되는 민간복지 프로그램은 임금수준이 높을수록 복지수혜 정도도 높아지는 분배구조를 더욱 왜곡시키는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경쟁력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사회복지의 본래의 의도가 상실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민간재원이 부족할 경우 복지의 목표가 위축될 수 있으며, 소득 계층간 혹은 지역간 복지서비스의 이용과 그에 다른 삶의 질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산업복지 중심의 노동자복지체제는 사회복지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의 하나인 재분배 기능을 약화 및 왜곡시키기 쉽다. 사회복지의 많은 부분을 민간부문의 산업복지로 충당하고 있는 미국의 사회복지체제는 이러한 한계를 다음과 같이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김장호, 1997: 15-17).

첫째, 복지수혜에 있어 형평성의 왜곡이 발생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공복지로 포함되어 있는 사회보험적 성격의 복지프로그램이 미국의 경우 산업복지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직종별 · 사업장 규모별 · 고용특성 혹은 노동자의 특성에 따라 복지수혜상의 차이가 심한 수혜 불균등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복지는 고용을 전제로 제공되므로 노동자 가운데도 일정한 유자격자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되고 있지 않는 미국에서 1993년 현재 전체 노동자의 70%만이 사용자가 제공하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의 30%는 의료보험 혜택이 전혀 주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직종별로는 전문직종의 경우 82%가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반면, 생산 및 서비스 직종의 경우 그 가입율이 61%에 불과했다. 중기업 및 대기업의 경우 의료보험 가입율이 상시 노동자의 경우는 82%인데 비해 임시 노동자의 경우는 24%에 머물렀다. 소기업의 경우는 더욱 열악하여 상시 노동자의 경우 71%인 반면에 임시 노동자의 경우는 5%만이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또한 백인 노동자의 78%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었으나 흑인의 경우는 52%만이 그 혜택을 받고 있었다 (EBRI, 1995).

둘째, 복지수혜의 불안정의 문제가 있다. 복지제도가 시민적 권리로서 확고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노사의 협상대상으로 간주되므로 사용자의 자의성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노조세력이 약화되거나 경기가 후퇴하여 실업이 증가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복지수혜에서 제외되거나 낮은 수준의 복지수혜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총노동비용 대비 사용자가 부담하는 노동자 복지비의 비중이 노동조합 조직사업장의 경우는 36.6%인데 반해 비조직사업장은 27.1%에 불과했다 (U.S., Department of Labor, 1995).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는 (앞으로 노조가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조의 존재 유무에 따라 산업복지의 수준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지만, 기업규모별 복지 격차는 상당하며 점차 그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 산업복지 격차를 <표 1>에서 보면 1987년에는 10-99인 사업장 노동자 1인당 법정외복리비(노동부 분류기준)는 1,000인 이상 대기업의 77.7%였으나, 1994년에는 48.0%로서 대기업의 약 1/2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산업복지 중심의 사회복지체계는 계층간, 지역간 불평등을 증폭하여 삶의 질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시킬 우려가 크다.

 

<표 1> 기업규모별 노동자 1인당 법정외복리비의 격차 추이

(단위: 1,000인 이상 기업을 100.0으로 한 비교지수)

 

1987

1989

1991

1993

1994

30- 99인

77.7

64.6

62.5

51.6

48.0

100-299인

77.2

73.3

81.2

61.4

52.2

300-499인

77.8

76.3

82.2

55.7

60.6

500-999인

88.7

91.0

66.8

70.9

71.6

1,000인 이상

100.0

100.0

100.0

100.0

100.0

자료: 노동부, 「기업체 노동비용조사보고서」, 각년도.

 

 

 

4. 한국 복지체제 속에서의 산업복지의 과제

 

(1) 한국의 복지체제

 

김영삼정부는 집권 직후 제7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을 수정한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그 틀 안에서 사회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한국형 복지모형’으로 구체화하였다. 현재 한국형 복지모형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체제를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핵심적인 용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한국형 복지모형의 구축과 관련된 문헌(청와대, 1995; 국민복지기획단, 199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5; 복지정책반, 1996)에 나타난 ‘시장이념과 탈시장이념의 조화’, ‘경제성장과 분배정의의 합의점 추구’,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의 조화’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한국형 복지모형은 기존의 서구 선진국의 복지모형을 한국적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창의적으로 적용해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과거의 경제성장 일변도의 복지를 무시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복지를 경제성장과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복지모형은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최소한의 사회복지정책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서구 선진 복지국가들의 과도한 복지비 부담이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었다는 신보수주의적 문제인식에서 나온 구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제성장을 고려해 가면서 사회복지제도의 확대를 꾀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해 사회복지 본래의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소외된 계층에 대한 보호가 사회복지제도의 일차적 기능인데, 경제성장의 논리에 밀려 그들의 복지가 담보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보수주의적 이념에 기초한 한국형 복지모형은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에는 한계를 지닌 정책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의 적용범위의 포괄성, 수혜대상의 보편성, 복지혜택의 적절성, 재분배 효과성 등 복지수준을 가늠하는 4가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외국에 비해 아직 지극히 낮은 수준의 복지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사회보장제도의 존재와 수준이다. 복지국가의 제도적 골격인 사회보장이란 국민의 생존권 실현을 위해 국가가 모든 국민의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로써, 일반적으로 ① 노령, 폐질, 사망에 대처하는 연금제도, ② 보건의료에 대처하는 의료보장제도, ③ 산업재해에 대처하는 산재보상제도, ④ 실업에 대처하는 고용(실업)수당제도, ⑤ 아동양육에 대처하는 가족수당제도 등의 5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우리 나라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성립은 1960년의 공무원연금제도의 도입을 효시로 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회보장 관계법률이 입법, 제정되어 시행되어 왔다. 현재 가족수당제도를 제외한 전자의 4가지 제도를 갖춤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기본틀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용은 다분히 명목적이고 그 수준이 미약하여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나라 4대 사회보험의 실시현황을 보면 의료보험을 제외하고는 적용율이 매우 낮다(40-60%수준). 그러나 의료보험제도 조차도 상병수당 등의 현금급여를 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회보장프로그램으로서의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사회의 복지수준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객관적인 기준은 국가에 의한 복지비 지출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에 의한 복지비 지출이 GDP의 5%가 넘어서면 국가 기능의 전면적 재구조화가 일어나 전통적 기능이 약화되고 복지기능이 강화된다고 한다 (Pierson, 1991: 107; Wilensky, 1975: 31-33). 따라서 GDP의 5%를 복지국가의 기준으로 삼는데,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가들은 40년대 이전에 이미 이 기준을 넘어섰고, 복지국가 위기논쟁이 제기되기 직전인 70년대 유럽의 복지국가들에서는 복지비 지출이 GDP의 25%-30%선에 이르렀으며,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15%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민정부 3년동안 우리나라의 GDP대비 사회개발예산 규모는 평균1.26%에 불과하여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의 수준에 머물렀다. 더구나 이는 6공화국의 1.34% 수준보다도 낮은 것으로 사회복지예산의 증가율이 문민정부 들어 오히려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서도 한국정부의 복지재정 지출수준은 비슷한 소득수준에 있는 나라들의 평균 지출의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복지비 지출 수준은 서구의 국가들이 우리와 비슷한 경제수준이었을 당시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열악한 국가들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중상위권 국가들의 GNP대비 중앙정부 사회지출 비용을 보면 브라질 7.68%, 칠레 8.88%, 그리스 6.34% 등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은 복지비 지출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orld Bank, 1995). 이러한 현상은 국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복지모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정부의 소극적인 사회복지정책의 결과이다.

이와 같이 한국형 복지모형은 낙후된 한국의 복지현실에서 획기적인 복지정책 개혁을 통한 복지국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즉, 모든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계층간 제반 생활조건의 평등화를 이루는 복지국가의 이상과는 관계가 먼 여전히 경제적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소극적 사회복지정책 목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그동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先成長 後分配의 사고방식을 탈피하여 사회복지가 경제발전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경제성장에 걸맞는 사회복지의 발전 없이는 사회안정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가정책에 있어 성장과 분배의 조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설정이 요구된다.

 

(2) 산업복지의 과제

 

한국의 경우 정부 복지정책의 낙후성 때문에 기업에서 제공되는 복지혜택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에 상대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실은 각국의 노동자 1인당 노동비용(기업이 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부담하게 되는 비용)에 대한 기업복지비의 구성비를 요약한 <표 2>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공공복지에 대한 기업의 기여정도를 나타내는 법정복지비가 전체 노동비용의 4.6%에 불과하여 6개국 중 가장 낮은 반면, 기업복지비는 전체 노동비용의 9.3%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각국의 노동자 1인당 노동비용에 대한 기업복지비의 구성 (단위: %)

 

 

영 국

오스트리아

독 일

벨기에

일 본

한 국

법정복지

 

기업복지

 

14.3(84.6)

 

2.6(15.4)

 

20.5(71.7)

 

8.1(28.3)

20.4(88.7)

 

2.6(11.3)

23.4(92.8)

 

1.8( 7.2)

7.9(73.8)

 

2.8(26.2)

4.6(33.1)

 

9.3(66.9)

 

주: 1. ( )안의 수치는 복지비 중에서 각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임.

2. 유럽국가들은 1984년, 일본은 1988년, 한국은 1993년임.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근로복지공사의 공단화에 따른 기존사업 및 산재보험업무의 효율적 추진방안 연구], 1995.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복지비 부담은 이미 우리 경쟁국 수준을 능가하여 과도한 복지비 부담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는 수준이 되었다는 사용자의 주장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법정복지비 총액과 법정외복지비 총액을 합한 우리나라 기업의 1인당 월평균 근로복지비용은 1989년 97,000원에서 1994년에는 340,000원으로 4년간 3.5배가 증가하였다. 또한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른 복지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중소영세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불만이 증폭하고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의 복지비 부담이 과중한 것은 사회보험에 있어 정부의 부담이 없고 각종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후에도 법정퇴직금제도가 그대로 종속되고 있고 오히려 퇴직금 누진제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길상, 1996: 60-62).

따라서 산업복지가 공공복지의 보완적 복지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복지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영세사업장에 대한 적용확대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실질적인 최저생활보장이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회복지예산 확대를 기조로 하는 정부의 예산구조 개혁이 요구된다. 경제수준에 걸맞는 복지수준을 이루기 위해서는 2000년대 초까지 복지비 지출이 GDP대비 5%수준(이는 중앙정부예산의 25-30%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임)은 되어야 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최소한 40%이상의 복지비 증액이 요구된다.

또한 현재 사회보험제도의 분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급여의 중복이나 적용 누락과 같은 사회복지의 비효율성을 수정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행정체계를 정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등 분산되어 있는 연금제도간의 연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청과 같은 사회보장 업무를 통합하여 총괄하는 정부부처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정부의 공공복지프로그램를 통해 최저생활보장을 해주고 산업복지는 추가적 보장의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상호 보완적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나아가서 산업복지는 노동자의 복지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여 그 기초 위에서 기업의 장기발전 전망과 재원부담 능력 등을 고려하여 시행되어야만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제고하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는 생산적 복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복지는 노동자의 참여나 기초조사 없이 노사분쟁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가 일방적인 시혜 형식으로 제공한 경우가 많아 그 효용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길상, 1991). 따라서 노동자의 마음에 와 닿는 복지프로그램을 노사가 함께 결정하고 운영하는 참여형 산업복지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5. 맺는말

 

21세기 기업경쟁 속에서 우수한 노동자의 확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업의 과제이다. 우수한 노동자의 유인책 중에 중요한 전략의 하나는 산업복지, 특히 노동자 자신과 가족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확대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우수한 인력확보의 수단으로서 산업복지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산업복지 강화는 정부의 사회복지제도의 확충과 병행하여 추진되지 않을 경우 분배구조의 왜곡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공공복지제도가 경제발전 수준에 비추어 매우 미흡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회복지에 대한 뚜렷한 이념이나 원칙이 없이 각 부처마다 행정적 필요에 따라 혹은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복지관련 제도를 도입해 왔기 때문에 사회복지제도가 통일성 · 일관성 · 연계성을 결여하고 있어 사회복지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공복지의 문제점이 산업복지의 불균등성과 연결되어 복지의 중복수혜 혹은 사각지대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복지선진국의 경우 민간부분의 복지프로그램은 국가복지를 보완하는 안정적인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사회복지가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편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복지가 중심이 되는 복지체제는 복지구조가 고용과 연계되는 분절화(segmentation)되는 형태를 갖게되어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복지프로그램의 적용대상과 수혜계층이 일부 산업의 대규모 노조사업장이나 전문직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미숙련 노동자나 여성 등 전통적으로 핵심노동시장에 포함되지 못하는 주변노동시장의 노동자들은 복지혜택에서 제외되거나 매우 미약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같이 민간복지는 그 중요한 역할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성격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복지를 민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민간복지로서의 산업복지가 보완적 복지로서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여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사회복지 자원배분의 불평등을 수정할 수 있는 장치는 정부 외에는 없다. 따라서 산업복지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집단에 대한 정부의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의 확충은 산업복지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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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복지의 사회복지적인 성격 요점- 정무성.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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