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복지의 역사
1. 생성기
산업혁명은 18세기후반부터 19세기 중엽에 걸쳐 일어난 기술혁신에 따른 사회·경제적 대변혁이다. 이로 인해 산업의 지배적 생산형태가 공장제 수공업에서 기계공업으로 변화하였다.
그 결과 중세의 장원제도가 붕괴되었고 이와 함께 산업조직에서 길드제도도 역시 붕괴되었으며, 또 1·2차 인클로저(Enclosure)운동을 거치면서 토지에서 밀려난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도시에는 노동력이 과잉공급 되었으며 이들의 생활과 노동조건은 인간이하의 수준이었다.
산업화 초기에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대한 자본가의 온정주의(paternalism)와 인도주의에 바탕을 두고 노동자에게 구빈적 차원에서 그들에게 식량이나 급식을 일부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노동자의 생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화 초기의 상황은 노동자들의 육체적 마멸과 정신적 피폐를 야기시켜 생산성이 떨어지고 노동력 재생산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여 산업화의 지속과 자본주의의 순조로운 발전을 저해하였다. 이에 국가는 노동자의 복지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노동력의 보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입법을 통한 소극적 보호를 실시하였다. 노동자들 역시 단결의 방법을 통해 내부적 역량을 강화해 가면서 대외적으로 복지욕구를 확대해 갔다.
카터(I.Carter)는 이 시기의 산업복지를 자선적 산업복지(philantropic intustrial welfare)단계라고 하였다.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영국에서는 이미 16세기 후반 들어 여러 가지 자선적 성격의 구빈활동이 있었으며 1601년 빈민법이 제정되고 그 후 여러 사회복지입법들이 제정되었으나 이러한 법이나 제도들은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 빈민들을 포괄하는 일반사회복지의 대상을 띤 것이다.
이 당시의 산업복지는 공장입법이나 기업 내 복지시설 등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실태에 대한 인도주의적 동정으로 출발하였으며 노동자를 위한 복지시설이나 교육시설이 이상적인 기업의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관념과 동시에 기업의 노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경영 전략적 사고가 혼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김성국, 1996).
이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연소 노동자에 대하여 취업 기간 중에 교육시설이나 도서실, 의료시설, 매점 등을 신설하여 복지증진을 시도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산업복지의 실행자로는 영국의 오웬(R.Owen)을 꼽을 수 있다.
그는 1800년대 초 스코틀랜드의 뉴라나크(New Lanark)에서 방직공장을 직접 경영하였다. 그는 정당한 임금, 위생적인 작업환경이 노동자를 만족시키고 산업이윤을 창출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하나의 좋은 산업공동체의 모델을 만들었는데 정원과 위생시설, 저렴한 노동자 주택을 제공하였으며 노동자의 도덕지도를 실시하였다. 또 노동시간을 10시간으로 줄였으며 아동고용의 폐지와 직업훈련의 개선, 불경기시 실업급여를 지급하였다.
이와 같은 노력은 다른 업종, 다른 나라의 사용자들에게도 자극을 주었다. 이에 따라 탁아소, 노동자식당, 시범부락등이 나타났고 일부 산업체에서는 질병급부, 무료수술, 교양강좌등이 실시되었다. 한편 오웬의 영향을 프랑스에서는 르클레어(E.T.Leclaire)에 의하여 의료와 불구자 급여를 포함한 이익분배제도와 공제조합을 설립하게 하였으며 독일에서는 크룹(Krupp0에 의해 성과공동체를 낳게 하였다.
미국의 경우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활보호를 위해서 우선 자조적 성격의 공제조합을 설립하였다. 최초는 이러한 형태의 공제조합은 1778년 필라델피아의 자유 아프리카조합(FASP:Free African Society of Philadelphia)이었으며, 노동조합이 직접 도입한 최초의 공제제도는 1887년 화강암절단노동조합(GCU:Granite Cutters' Union)이었다(김의명외, 1999)
요약한다면 전반적으로 초기산업복지는 사용자의 온정주의적 표현이라는 성격과 함께 노동공동체의 수단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기숙사제도는 노동자의 이탈방지나 사생활감시, 장시간노동을 시키기 위한 제도로써 시행되었고, 강제저축제도 역시 노동자의 이직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2. 모색기
모색기는 19세기 후반 영국이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영국의 독점적 지위가 쇠퇴하고 미국이 신생산업국으로 대두하기 시작할 시점부터 1930년까지를 가리키는 단계이다. 신생산업국의 등장으로 영국의 세계최대무역국이라는 신제국주의로 전환하게 되었으며 국내적으로는 산업의 독점화를 진전시켰다. 또 이때에는 에너지원의 변화와 함께 2차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고 따라서 거대기업이 출현하여 독·과점적 시장지배가 실현되었다(김의명외,1999).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 있어서 우수한 노동자의 유치 및 이직의 방지를 위한 노무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케 하였으며 다양한 노동자계층의 형성과 함께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복지프로그램이 개발 되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자본의 독점적 형성과 함께 전문경영을 담당하는 경영자 개념이 형성되어 다양한 형태의 산업복지프로그램의 발전이 촉진되었다.
이처럼 이 시기에는 기업복지의 제도적 측면이 발전되는 반면에 산업복지는 점차 쇠퇴하는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또 점차 노동조건이나 작업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복지후생의 개념에서 제외되기 시작하여 공장안팎에서의 노동자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시설 및 제도가 관심의 주 대상이 되었다. 노사관계도 단체교섭이나 노동입법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근대적 성격을 띠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자 계급의 확대에 기인한 것이다.
또 대중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동자보호입법은 현저한 진보를 나타내어 노동조건, 작업조건, 안전위생시설 및 노동재해질병에 대한 제 수당 지급 등에 사회적 표준이 부여되고 종래의 기본적 노동조건과 마찬가지로 노동·작업조건의 결정도 고용주의 자유의사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정수영,1987). 즉 이 시기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점차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면서 노동조건의 결정에 있어서도 사회적 영향을 크게 받게 되었다. 쉘든(O.Sheldon, 1984)은 ‘노동자가 자애심 있는 고용주로부터 즐겁게 자선을 받는 것으로 생각되던 시대는 지났다. 그들은 자립하고 있으며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 시기에 독일에서는 1883년 질병보험을 시작으로 1884년에는 재해보험, 1889년에는 노령보험을 실시하는 등 사회보험과 최저 임금제를 도입하였다. 이러한 독일의 사회정책 및 노동정책은 전 유럽에 영향을 미쳐 영국에서는 1879년 산재보험을 시작으로 사회보험이 실시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1840년대를 전후하여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으나 1865년 남북전쟁이 종식된 후 비로소 본격적인 산업화의 과정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생활여건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산업복지프로그램을 제공하였는데 여기에는 주택, 교육, 오락, 상담등과 같은 금전적, 물질적인 혜택과 직접적 서비스가 포함된다(성숙진, 1996).
3. 도약기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산업복지는 도약단계로 접어드는데 이러한 발전의 주요인으로는 노동운동의 활성화(이신행, 1996), 국가의 복지정책, 사용자의 인식전화, 경영 전략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강화된 노동조합의 위상은 사용자의 시혜적이고 인사노무관리적 성격을 약화시키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를 투쟁을 통해 얻은 권리로서 성격 지웠다(K.Mann, 1989).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복지제도의 운영과 관리에도 직접 참여하게 된다.
또한 사용자들은 경직적인 노동비용의 절감과 노동시장의 탄력적인 운용을 위하여 산업복지를 활용하는 경영전략을 펴기도 하였다. 즉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인이 생산성이라고는 상정할 때 생산성 향상 분은 결국 노동자의 근로대가이므로 임금과 복지급여의 형태로 지급되어야 마땅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임금보다 기업복지로 급부함이 미래불확실성에 대한 하나의 대처방안이 될 수 있다(김의명외, 1999).
이 단계에서 산업복지가 급속하게 발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이처럼 노동운동의 방향과 사용자의 경영전략이 일치되었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4. 성숙기
50년대와 60년대를 거치면서 성숙단계에 접어들게 되면서 조화로운 발전과정으로 노동자의 복지향상 그 자체가 목적으로 전화되어 단체교섭과정에 필수적으로 통합되며 또한 기업복지가 국가의 노동복지 정책과 결부되어 나타났다(최균, 1992)
이러한 결과로 현재 선진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가 어떤 형태로든 산업복지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 시기의 산업복지 발달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김의명 외, 1999).
첫째, 기업 간의 경쟁으로 인해 유능한 노동자들을 확보하고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산업복지는 임금 이외의 부가급부로서 노동자를 유인하거나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직의사를 줄이는 효과를 가짐으로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강성호 외, 1998).
둘째,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통해 산업복지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함으로써 사용자의 시혜에서 권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산업복지의 단체교섭화는 결국 노동자의 권리화로 인식되면서 더욱 확대되었으며 이의 축소 내지 철회는 사실상 엄격한 제한을 받게 되었다.
셋째, 산업복지에 주어지는 조세감면의 혜택 때문에 절세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산업국은 물론 후발산업국 역시 공통적으로 조세정책을 통한 산업복지의 유인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국가의 조세정책은 결과적으로 보아 사용자에게는 절세의 효과가 있고 또한 노동자로 하여금 복지제공자로서의 존경을 받음으로 산업복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넷째, 다양한 외부의 복지제공자의 등장이다. 이전에는 복지의 제공자가 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조합이었으나 성숙기의 단계에서는 외부에 다양한 복지단체 및 영리의 복지제공자들이 등장함으로써 저렴한 비용으로도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기존의 기업에서 제공되는 복지서비스보다 안심하고 전문적인 서비스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섯째, 국가의 임금통제정책을 들 수 있다. 세계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 같은 전시 상황에서 임금은 동결되었지만 각종 산업복지는 그러하지 않았기에 보완책으로 급속히 팽창할 수 있었으며,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제시나 임금인상억제정책 등과 같은 ‘도덕적 권고(moral suasion)'등에 따라 임금인상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기보다는 임금을 동결하고 보완책으로 산업복지를 증대하였기 때문이다(Rosenbloom, 1992).
미국의 경우는 70년대를 거치면서 세계적인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경기가 위축되자 물질위주의 복지혜택은 점차 퇴조하고 직장 내의 서비스 프로그램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발달한 직장 내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자 협조프로그램으로써 이것은 이윤추구동기와 문제해결을 통한 복지향상 동기의 만남이 이루어낸 작품이다(김의명외, 1998). 노동자협조프로그램이란 작업장 내에서 문제를 가진 노동자의 문제를 포착하고, 문제해결의 동기를 부여하며, 그에 따른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는 직무와 관련되어 있으며 비밀보장원칙을 바탕으로 한 체계이고 전문적인 산업복지프로그램으로 20세기 초반 생계보조성격을 바탕으로 한 산업복지시설, 현물혜택중심의 산업복지의 틈에서 나타난 개인상담(Person Counseling)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Sonnenstuhl & Trice, 1990 ; 김의명외, 1999에서 재인용). 이 프로그램은 노동자들의 정서적, 신체적, 행동적 문제들에 대한 경영자들의 인도적인 배려와 노동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이윤을 올리려는 고용주들의 전략이 상호 부합된 결과이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강력한 규제입법들이 제정되었고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신질환이나 정서적 행동적 장애를 가진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것이 낮은 생산성과 높은 의료비용으로 이어지므로 직장 내 상담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게 되었다(김의명외, 1999).
이 시기의 또 다른 특징은 산업복지제도와 프로그램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고, 개별복지제도의 적용범위와 규모도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주요 복지제도는 입법화되어 법정복지의 비중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는 총 기업복지비용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총노동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되었다(김의명외, 1999).
【참고문헌】
이정환,노병일,변보기. 2001 『산업복지론』51~58. 대학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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