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등

[스크랩] 이런 농촌에 사회복지사가 필요한가요?

양곡(陽谷) 2006. 3. 19. 09:47

어제 장수군 번암면 사암마을 13킬로미터를 걸었습니다.

 

 

8시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출발

11시 20분 남원고속터미널 도착

11시 59분 도통동 버스정류장에서 30분을 기다려 번암가는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남원버스터미널에서 11:35 출발한 버스가 시내를 돌고 돌아

고속터미널 아래 동디사거리까지 오는 데 무려 24분이 걸렸으니....

남원에 열댓 번도 못 가본 서울 촌놈 생각에,

와~ 남원 시내가 엄청 넓은가보다...

 

 

목적지에 가려면 남원터미널에서 2시 30분에 출발하는 원사암행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러려면 3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번암에서 사암까지 7km 정도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으니,

까짓거 7km 정도야 자빠지면 코닿을 덴데 그냥 걸어가지...

 

이런 생각으로

 

번암을 지나는 버스, 아무 거나 타고 보자...

 

 

번암면을 거쳐 국포까지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장날이었나봅니다.

 

버스 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뿐이었습니다.

젊은 사람이라고는 환갑쯤 되어 보이는 운전기사 아저씨 한 분뿐이었습니다.

 

서 있는 사람은 저 혼자였습니다.

좌석에는 모두 어르신들께서 앉으셨고,

맨 뒷자리 턱에 한 분이 걸터앉아 계셨습니다.

 

시내버스 안에 혼자 서있는 꼴이

허허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버스 안에는

시골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씻지 않은 머리, 꼬질꼬질한 복장, 황토흙이 오래 퇴적된 듯한 신발들...

 

그 냄새, 그 모습이 싫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사라서 그런가?

 

 

번암까지 가니 한 분 남고 다 내리시더군요

번암까지는 2100원

사암 마을 가려면 좀 더 가서 내리는 게 좋다 하시는 운전기사,

좀 더 간 거리가 불과 2km인데 버스요금은 2500원이 되었습니다.

 

기사님이 달라는대로 주는 수 밖에...

 

내릴 때 요금을 내는데,

가는 동안에 보니까

요금통은 막혀있고,

기사가 버스 요금을 받아서

지폐는 왼쪽으로 가져가고,

동전은 오른쪽에 넣더군요.

 

 

사암마을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내렸습니다.

삼거리 마을에 집이 몇 채 있기는 하더군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만큼요.

 

구멍가게가 있기에 라면 하나 사먹었습니다.

1500원.

 

목적지까지는 5km.

 

걸었습니다.

 

개울물이 시원해보여서

눈도 쌓여있고, 돌에는 얼음도 얼어있는데

시냇물에 입도 헹구고, 손도 씻었습니다.

 

 

시골길...

 

지난 겨울에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땅끝까지 걸었던 터라

차도 행인도 없는 그 시골길이 얼마나 정겹던지...

 

 

구멍가게 주인 말씀으로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마을이 주욱 있다 하셨는데,

 

다 합쳐도 20 호나 될까...

 

드문드문 한 집, 두 집...

 

 

 

10호 가량 되는 커다란 마을을 지날 때

이동슈퍼 트럭이 시끄럽게 방송하더군요.

그야말로 만물상 - 온갖 공산품, 농수산물...

그 모든 상품 목록을 읊어대느라 어찌나 시끄럽던지

이건 복지가 아니라 공해다, 공해...

 

 

사암마을은 집이 10여 채 되더군요.

그곳 사람은 20호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그것 밖에 안보였습니다.

 

그래도 교회가 있어 반가웠습니다.

 

 

사암마을에서 4km 정도 더 가니까 가족휴양촌이 있는데,

여름에 손님들이 온다고 하네요.

 

13km를 걷는 동안 

어르신 세 분, 

개 두 마리 봤습니다.

 

 

이런 농촌에 사회사업가가 필요한가요?

 

출처 : 이런 농촌에 사회복지사가 필요한가요?
글쓴이 : 한덕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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