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등

[스크랩] 한국적 지역사회의 성격과 복지서비스 전달체- 김영종

양곡(陽谷) 2006. 3. 14. 23:58
 

한국적 지역사회의 성격과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金 永 鍾*

< 目 次 >



Ⅰ. 연구 문제와 방법

Ⅳ. 한국의 지역사회 성격이 지역복지

Ⅱ. 지역사회의 일반적 성격

서비스 수급체계에 미치는 영향

Ⅲ. 한국의 지역사회적 성격 형성

Ⅴ. 결론 및 함의




Ⅰ. 연구 문제와 방법

90년대에 들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관한 활발한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에 있어서의 핵심은 과거 중앙집중식의 획일적 복지서비스 제공에서부터 지역사회 중심의 자치적이고 다원화된 서비스 수급체계로의 이행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러한 변화가 복지국가의 후퇴에 의한 것이던 혹은 순수 사회복지 이념의 발전에 의한 것이던, 현재 한국사회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구상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음은 명백하다. 전국가적인 범위에서만 실행 가능한 사회보장 관련 프로그램들은 예외로 하고, 대부분의 대인 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이러한 지역사회와의 관련성은 특히 강조되어 나타나고 있다.

대인 복지서비스의 수급체계에서 지역사회 관련성에 대한 강조는, 곧 지역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급선무임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적인 맥락에서 지역사회가 이러한 변화된 서비스 전달체계의 이념을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기능 수행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존재여부와 이의 확인을 통한 지역사회의 복지적 성격을 다루는 노력들은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것 같다.

대부분의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에 관한 논의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문제는, 이들 논의들에서 당연시되는 지역사회적 존재와 능력에 대한 가정들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가정하에서는 논의의 초점들이 자연스레 이들 존재하는 지역사회들을 복지적 성격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으로 모아지게 된다. 그러나, 실천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련 전문인들이나 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안들이 현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애초부터 받아들여 지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지역사회 관련 정책들이 전제로 하는 지역사회의 실체가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왔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90년대 초에 실시되어 현재까지도 제 목적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재가복지사업을 들 수 있는데, 이 사업의 어려움과 관련한 중요한 원인론은 이 사업이 애당초 전제로 했던 지역사회적 성격에 대한 부적절한 판단에서 부터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방안과 관련한 논의들에서의 출발점이 지역사회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에 있다고 보고, 복지적 성격과 관련한 한국적 지역사회의 가능성과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연구의 중요한 목적으로 둔다. 본 연구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지역사회의 복지적 성격들은,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한계 설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한계 설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보다 실천 가능한 지역사회 복지전달체계의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의 목적상 본 연구는 지역사회의 성격 규명과 관련된 다양한 기존 문헌들을 활용하게 된다. 그 결과 기존 문헌들에서 나타나는 연구 자료를 인용, 해석하는 과정에서 개입되는 연구자의 시각이 연구방법론의 중요한 일부를 형성하게 된다. 본 연구자의 1993년도 [사회복지조직들의 지역사회 자원 활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 연구에서 활용된 지역사회 관련 변수들에 관한 기존 자료들은, 본 연구에서 지역사회적 성격과 복지서비스의 관계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 가운데서 특히 지역사회적 범위규정을 묻는 변수들과 이들 조직들이 활용하는 자원들과의 관계를 통해, 본 연구에서 의도하는 지역사회의 성격 규명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주는 영향과 논의들에 대한 경험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Ⅱ.지역사회의 일반적 성격

지역사회와 관련된 연구들에서 나타나는 일차적인 어려움은 지역사회에 대한 개념 규정에 있다. 지역사회의 개념 규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유종해는 '지역사회(community)란 강조되는 속성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며, 지역사회는 명백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뚜렷한 경계나 단일한 특성을 갖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든다. 지역사회의 이러한 특성들이 개별 연구들에서 의도하는 지역사회의 정의를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게 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어렵게 만드는 주된 원인들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일반 개념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개별 연구들이 의도하는 지역사회 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만족될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한 접근 방법이, 연구 주제에서 추구하는 성격에 따른 지역사회의 정의이다. 본 연구에 있어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일차적인 관심은 사회복지와 관련한 상호의존적인 공동체 기능에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사회의 복지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자원과 서비스 대상자를 염두에 두는 자원과 서비스의 상호의존적인 수급체계로서의 지역사회적 성격에 초점을 두는 지역사회의 정의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크게 보자면, 지역사회(community)는 지역성의 강조 여부에 의해 두가지의 급격히 다른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역성의 강조가 없는 상태에서의 community 개념은 개인들의 삶에 필요한 안전망, 정체성과 귀속감, 가치의 공유 등과 같은 것들을 제공하여 주는 기능중심 공동체적 의미를 띈다. 과거 대가족, 지역공동체 등과 같은 지역중심의 생활공동체가 오늘날 전통적인 신뢰제도와 사회적 집단들의 붕괴로 인해 더 이상의 공동체적인 모델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가드너는 새로운 형태로 출현하는 공동체를 "학교나 모임, 촌락, 외곽도시, 일터, 이웃 등의 다양한 무대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성향들(attributes)" 로 규정하여, 오늘날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 공동체가 옛날과 같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이해와는 거리가 있음을 주장한다.

사회복지관련 문헌들에서 등장하는 지역사회는 지역성(locality)을 전적으로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보다 전통적 의미인 지역성을 띈 공동체를 뜻하는 것으로 대부분 기술되고 있다. 이러한 정의들에서는 공동체의 범위를 지역성과 결부시켜 놓고 있기 때문에, 일정 지역적 범위를 전제로 한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의 성격에 보다 가까운 의미로 사용된다. Warren은, 지역사회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구에서, 지역사회를 '지역적 관련성을 가지면서 주요한 제반 사회 기능들을 수행하는 사회 단위들과 체계들의 결합' 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규정은 지역사회를 생산?분배?소비, 사회화, 사회통제, 사회참여, 상호부조 등의 사회적 기능을 실현하는 단위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 지역성이 일차적으로 전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비록 지역성을 전제로는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사회 연구들은 현대사회에서 지역성을 띈 생활공동체들이 많은 한계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Warren은 현대사회에서 지역사회들이 그 존재와 기능들을 유지하기 힘들 수 밖에 없음을 보았고, 도시ㅗ산업사회적 성격에 의해 나타나는 전체사회의 성격 변화로 부터 지역사회들이 독립적일 수 없음을 주된 원인으로 제시하였다. 지역사회들의 종속성과 한계가 설정되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들이 경험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Warren은 그의 또 다른 연구에서 "지역사회 삶의 많은 측면들은 부분적이나 혹은 전적으로 지역외부에서, 국가적 조직들의 정책이나 집행 과정에 의해, 정부의 법들에 의해, 국가경제의 발전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결정들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사회 연구들이 지역사회 외부적 영향과 내부적 영향을 분리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를 독립적인 단위로 취급하고 연구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보았다. 즉 지역사회 외부에서 존재하는 전체 사회가 지역사회에 주는 영향의 크기를 무시하는 것은, 지역사회적 성격을 이해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지역사회가 외부 사회 단위들로 부터 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고찰은, 지역사회적 기능에 대한 성격 규정에 있어서 외부사회적 요인들이 갖는 영향력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Tourigny & Miller는 대부분의 지역사회들에 위치한 사회복지기관들에서 이러한 지역사회 외부환경(extra-local community setting)에 의한 영향이 어쩔수 없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았고,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로서 국가의 개입이 강해질 수록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외부 규정들에 맞추어야 하는 딜레마에 대부분의 지역사회 사회복지기관들이 부딪치게 됨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Pfeffer & Salancik이 재정적 원조를 중심으로 조직과 환경간의 영향에 관해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인 '지역외부의 원조가 증가할 수록 외부사회의 통제도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들이다. 그 외에도 지역사회의 외부에서 존재하는 각종 규제장치들이, 재정적인 원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지역사회 단위들에 대한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대한 것들도 밝혀지고 있다.

위의 논의들은 현대 도시ㅗ산업사회에서 지역성에 기반을 둔 지역사회들이 갖는 사회적 기능의 한계들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이러한 논의들이 미국사회라는 특수한 배경하에서 도출되었지만, 현대사회적 성격으로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사회적 성격 변형에 대한 개념은 현재 한국의 지역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들이 사회적 기능들을 자체적으로 수행해내지 못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Warren의 설명은, 현대 도시ㅗ산업사회적 성격을 갖는 사회들에 있어서의 지역사회를 규정하는 중요한 준거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Ⅲ. 한국의 지역사회적 성격 형성

개별 사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지역사회든 그 지역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전체 사회의 일반적인 환경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우리 사회에서의 지역공동체 혹은 지역사회에 관한 논의에서도, 이러한 전체 사회적 일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지역사회적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근대적 의미의 한국사회적 지역사회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등장하는 중요한 현대 한국사회적인 맥락은 한국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로의 변화와 한국사회의 독특한 역사적인 경험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도시ㅗ산업화의 특성은 그 급속성에서 찾아볼 수 있고, 그러한 급속성은 또한 복지제도 형성에 다른 사회와는 비교될 수 있는 색다른 결과를 나타내게 했다. 해방과 6.25라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나타난 인구의 대량 이동 현상은 지역사회들의 파괴를 용이하게 하였고,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도시적 지역사회들에서 전통적 지역사회들과의 단절이 급속하게 이루어 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60년대 이후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가 도시 집중현상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인구의 유동성 심화 현상은 또한, 지역적 기반을 통해 유지되는 전통적 공동체 모형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어렵게 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사회에서의 지리적인 특성과 교통ㅗ통신의 발달도 지역사회들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중요한 원인들이 될 수 있었다.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한국사회에서의 지역적인 경계들을 더욱 모호하게 하는데,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합쳐지는 상황에서 단순한 지리적인 경계에 의한 지역사회들이 얼마나 독자성을 갖기 힘들게 될 것인가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전 인구의 2/3 이상이 도시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할 때, 이들 도시들의 특성상 지리적인 경계에 의한 지역사회 구분은 결코 쉽지 않게 된다. 특히, 대도시 권역에 있어서는 이러한 지리적인 경계들이 지역들간에 주민생활의 차이를 나타내게 하는 요소들이 되기는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근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서비스가 해방과 6.25라는 두가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제시한 지역사회에 대한 환경적 요구와 관련해서 한국적 지역사회의 성격 형성을 살펴볼 수 있다.

1945년의 해방이후부터 미군정 기간 동안은 수백만 귀환동포의 문제가 한국사회 전체적인 과제이었으며, 이 시기에 주된 사회복지서비스는 구호와 생활보호대책 사업, 긴급구호와 일반구호 등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여기에다 1950년에 시작된 6.25 전쟁은 피난민과 이재민이라는 구호 복지서비스 대상 인구를 대량으로 양산하였다. 1952년에 전국에 3,935,152명의 피난민과 4,583,974명의 이재민이 등록하였으며 이들 등록된 이재민 중 피구호자는 3,040,389명, 이들 피구호자중 399,739명이 1,207개소의 시설에 수용되었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이 기간의 긴급구호 위주의 복지서비스는 특히 아동, 미망인, 빈민을 대상으로 하는 수용위주의 시설이 일차적인 형태였고, 이러한 초기의 복지서비스 방법 설정은 오늘날까지도 제도화된 복지서비스 형태에 독특한 영향을 행사해 오고 있다.

전국가적인 재난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 수용시설 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는, 특정 지역사회적 문제를 중심으로 출발하게 된 자생적 복지서비스들과는 애당초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수용시설들은 단지 특정 지역에 위치해 있을 따름이었으며, 지역사회와는 격리된 채 전체사회적인 문제를 떠맡고 있는 양상을 띄게 되었다.

비지역적 특성을 갖는 복지조직들에 대해서, 문제의 성격상 자원의 제공도 지역 외부로 부터의 원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귀결이었다. 1952년의 사회부장관 훈령으로 된 후생시설운영요령에 의하면 격증한 전쟁고아수용과 기존 구호시설들의 지도 감독을 위해 외국원조의 전달 방법 등을 본격 제시하고 있어서 이 시대가 외원의 시대였음을 알리고 있다. 서비스 대상 문제와 대상 인구가 지역사회 외부적인 만큼, 지역사회에 대해 자원제공을 강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기간의 복지 전개과정을 보면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이러한 지역사회에 대한 자원기대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외국으로부터의 원조가 끝났을 때 이러한 원조를 지역사회에서 대체하기 보다는 중앙정부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역시, 이러한 비지역사회적 문제와 대상인구에 뿌리를 둔 이러한 복지서비스 전달 방법상의 성격에서 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초기의 지역사회에 '위치한' 복지서비스 조직들의 서비스 대상인구, 문제의 성격, 자원의 동원 방법 등은 60년대에서 80년대 초에 이르기 까지 거의 변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은 한국사회가 경제개발을 통한 절대빈곤의 문제에 매달리던 시기였다.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 시기의 방법론은, 5.16 쿠데타 이후에 등장한 군부세력에 의해 제시된 중앙정부 주도형의 개발독재였다. 이러한 방법은 전체 국가사회를 중앙정부가 장악하면서 경제개발을 주도하자는 것이었으며, 분배와 관련한 지역사회적 욕구는 최대한 억제하자는 정책이었다. 사회복지의 방향도 경제개발 관련 중앙부처의 계획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며, 지역사회의 특성 즉 지역성(locality)을 고려한 지역 복지체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빈약한 실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의 복지서비스 뿐만 아니라 민간사회사업 역시 정부지원으로 유지되어 왔던 것이 대부분이어서 획일성을 탈피못했고, 비록 운영주체가 독자성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종교적 배경 정도가 고작이었다는 사실에서 유추해서 볼 때, 이들 사업들이 지역성에 한정된 지역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이었다고 보기는 힘든다. 따라서 이 시기의 복지의 수준은 최소한의 국가사회 전체의 잔여적 복지대상 인구를 대상으로 했으며, 특정 지역사회에 위치하고 있는 수용시설 기관들이 중앙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을 통해 이들 대상인구들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와 같은 지역사회를 강조하는 복지서비스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논의들은 80년대 중반 이후부터에야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한다. 서구사회에서 등장한 신보수주의적 정치경제 이념의 유입에 따른 영향과 탈시설화 등의 복지적 이념 변화에 의한 영향 등으로 지역사회의 기능을 강조하는 복지서비스 전달체계가 거론되기 시작한다. 다원화된 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복지욕구의 다양화 현상이 중앙집중식의 복지서비스 기획·전달 방법의 효율성을 약화시켰으며, 정치·경제 제도의 변화과정에서 나타난 민주화와 자율성에 대한 가치 전환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은 결과, 80년대 후반이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강조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이러한 강조가 대부분 이상적인 기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대 한국사회적 맥락에서는, 사회복지적 기능과 관련된 지역사회란 이전 역사적 경험에 의거해 볼 때 전적으로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도시·산업사회로의 전환과정과 역사적 경험의 특수성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성격을 이해할 때, 한국적 지역사회는 상호의존적 의미의 복지적 공동체 기능을 거의 구현할 수 없었던 것으로 결론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지역사회 관련 논의들에서, 한국적 지역사회의 존재와 기능의 한계 상황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 준다. 이러한 한계 인식은 특히 지역사회적 기능들을 복지서비스 수급과정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들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 져야 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Ⅳ. 한국의 지역사회 성격이 지역복지 서비스 수급체계에 미치는 영향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현재의 논의들은, 앞서 살펴 본 한국적 지역사회의 특성에서 나타나는 기능적인 한계들을 통해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의 대인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에 있어서 지역사회라는 개념은 대부분 제외되어 왔으며, 지역사회와는 무관하게 발생한 전체사회의 복지문제에 대한 서비스 수급과정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초기의 고아, 노인, 부랑아, 장애자 등의 문제에서부터, 현재에는 미혼모, 정신질환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이 지역사회적 환경보다는 전체사회적인 문제들에 의해 파생되어 왔다는 것은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전쟁, 산업화, 도시화, 가족의 변화, 개인주의적 가치관 등과 같은 지역 외부에 존재하는 전체 사회에서의 영향에 의해 대부분 문제들의 원인론이 형성되어왔다는 사실은, 자연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동원에 있어서도 지역 외부의 전체사회에 의존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낳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지역사회 자체적으로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상호의존적 기능의 공동체 건설이라는 지역사회복지의 근본 이념은 퇴색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서 나타나는 지역적 공동체들의 공통적인 한계들로서, 이러한 한계들은 지역복지 전달체계의 구상에 있어서 오히려 적정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지역사회적 기능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그 한정된 기능 안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적절한 지역사회적 서비스 수급체계를 조성할 수 있는 타당한 전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표 1> 지역사회 복지기관들의 수요·공급자 지역별 분포

구 분

클라이언트

자원제공(후원인)

수용시설

(N=56)

복지관

수용시설

(N=47)

복지관

(N=20)

무료

(N=22)

유료

(N=21)

인근동

부산

부산·경남

전국

7.1 %

12.5

58.9

8.9

12.5

63.6 %

22.7

13.6

0

0

57.1 %

23.8

9.5

9.5

0

4.3 %

2.0

70.0

10.6

12.8

10.0 %

10.0

65.0

10.0

5.0

자료 출처?김영종, [사회복지조직들의 지역사회 자원동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 1994

한편, 지역복지 서비스 수급체계에 대한 구상에서, 관련 문제의 성격에 따라서 지역사회의 범위 규정은 다양해 질 수 있음이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재가복지사업의 경우에, 수요자를 중심으로 해서 커뮤니티를 한정해 버리면 수요자만은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으나, 그러한 수요자를 낳게 한 원인을 제공하거나 서비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외부 지역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지역사회적 범주의 분리는, 지리적 인접성만으로 지역사회를 규정하는 것에 명백한 한계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표 1> 은 부산지역의 사회복지조직들에서 나타나는 서비스 대상인구와 자원제공자의 지역별 분포 평균을 백분률로 표시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클라이언트와 자원제공자가 지역적으로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조직들이 거의 전적으로 중앙 정부로 부터의 보조금(전체사회적 자원 조정의 역할을 하는)에 의지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자원의 제공이 클라이언트 분포 지역의 바깥에서 이루어 지고 있음은 너무도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의 표에서는 수용시설들과 복지관들에서 클라이언트의 지역별 분포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용시설들과는 달리 복지관들에 있어서는 유료 클라이언트가 주요한 자원제공처가 되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유료 프로그램들을 매개체로 한 지역사회 자체적인 서비스 수급체계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위의 분석 결과는, 지역사회적 범위가 획일적인 지역성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문제의 성격, 자원동원의 가능성, 클라이언트 분포 등을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고려가 없는 상태에서, 단지 지리적인(흔히 인위적인 행정적 구역에 의해서 규정되는) 지역사회 규정이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사회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 그로 인한 일선 사회복지실천 기관과 인력들에서 나타나는 자원동원의 한계 상황같은 것들이 계속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복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지역사회에 대한 전통적 구분에서 부터 벗어나, 적어도 문제의 발생지와 자원제공처가 통합된 지역사회적 규정이 강조가 되어야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복지적 수요와 공급의 지역사회 통합 범위조차도, 모든 문제들에 대해 획일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의 유형별 특성들에 따라 이러한 통합 범위들은 탄력적으로 적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전국을 지역사회의 단위로 하여야 하고, 어떤 문제의 경우에는 인근 동만으로 상호의존을 실현하는 충분한 단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Ⅴ. 결론 및 함의

지역사회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강조는, 사회경제적으로 산업화의 사회구조 변동에 의해 파생된 다양한 복지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단위의 서비스 수급체계가 효과적이라는 판단과, 70년대 중반 세계경제 침체 이후 등장한 신보수주의적 복지국가 후퇴로 인해 복지의 지방 책임 강조 경향 등이 결합되어 나타나게 되었다. 한편으로, 복지대상자를 다루는 기술의 변화?정신의료영역에서 시작되어 전체 사회복지 서비스들로 확산된 것으로, 클라이언트들을 수용 위주의 격리 보호에서 지역사회내에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함?에 힘입어 수용대상자들의 지역사회에로의 통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지역사회의 복지적인 성격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된다. 지역사회가 개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요성도 이러한 맥락에 의해 차츰 강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적 기능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역사회적 기능에 대한 당위성 식의 전제는 결코 지역사회의 복지적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역사회를 복지적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사회를 복지적 환경에 적절한 것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복지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 기관, 또는 민간기관이 주체가 되어 그 지역내의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수행하는 제반사업과 활동을 의미한다"고 할 때, 지역사회복지의 일차적인 문제는 그러한 활동들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사회적 역량의 확보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역사회적 기능들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노력들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지역사회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이들 지역사회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자원까지도 스스로 마련해야 함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지역사회 복지의 실천 활동들과 관련해서, 본 연구는 한국적 지역사회의 현재적 상황에서의 한계점들을 제시함에 의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현대 한국사회의 역사적, 현실적 지역사회의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기능들을 맡겨서는 오히려 지역사회적 기능들은 저하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믿음이 더 약해지게 된다면, 지역사회에 대한 강조가 오히려 지역사회적 기능을 떨어트리는 역작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경우는, 지역사회적 기능회복은 일차적으로 지역사회 외부로 부터의 기능회복을 위한 자원 제공이 우선되어져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지역사회는 피폐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공동체의 기능들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과 기능들에 바탕을 둔 지역사회적 기반위에서만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가 비로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지역사회의 모습은 지리적 근접성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공동체보다는, 기능적 생활공동체에 바탕을 두고 고유기능들을 중심으로 특화 발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 할 것이다. 전체 광역도시권을 대상으로 자원의 공급을 물색하면서도, 서비스 제공권은 지역적으로 분화되는 관계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개별 법인들에 의한 사회복지기관 운영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오히려, 개별 기관들은 서비스 자원의 충당보다는 서비스 제공에만 전문화하고, 통합 지역사회권에서의 자원제공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적 지역사회의 성격에 보다 부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역사회적 범위와 관련된 탄력적인 문제대처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통해서 볼 때, 관료성과 엄격성을 띈 공공기관들이 문제의 성격에 따른 탄력적인 지역사회적 범위 규정들을 실행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지역사회의 서비스 수급체계의 형성은 민간이 주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공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는 것이 지역자치적 의미의 지역사회복지의 중요한 과제라면, 탄력적인 민간기구의 효율성을 통해 지역사회의 서비스 수급체계를 활성화하는 것도 지역사회적 기능회복에 필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파일링크 : 한국적 지역사회의 성격과 복지서비스 전달체계(김영종 저).htm
출처 : 한국적 지역사회의 성격과 복지서비스 전달체- 김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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