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부를 해야 하는가?
권오득 교수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위원장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나눔의 정신이 사회화한 대표적인 행위가 기부(寄附)이다. 이웃을 위해 피땀 흘려 모은 자기 것의 일부를 내놓는 것이다. 선진사회의 질서는 ‘나눔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무리 풍요로운 사회도 그 구성원 전체의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해결방법은 부족한 재원을 나눠 쓰고, 돌려쓰는 길 뿐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기부문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비할 수 있는 통계가 마땅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기부문화에 대하여 대략 추정할 수 있겠다.
동아일보와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2001년에 종교기관에 대한 기부를 제외한 곳에 기부를 한 한국인은 성인의 3/5 정도이며, 이들의 기부금은 연평균 9만 8,6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종교기관을 포함한 기부액수의 연평균 134만 3,450원에 매우 뒤처지고 있고, 일본의 경우 30만원 정도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기부액의 16.7%가 9,000원 이하의 소액 기부자이고 100만 원 이상의 고액기부자는 10.4%였다.
지난 99년의 경우 기부총액은 2,600억원이었고, 그나마 연말의 반짝 후원금이 70%를 차지한다. 1인당 연평균 기부금은 5,800원. 미국인의 1%에도 못 미치고, 영국인의 2.5% 정도다. 인구의 몇 퍼센트나 기부를 하는지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1/4 정도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치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기부문화가 발전 못한 데는 기부금에 대한 공제율이 박한 세금제도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997.10. 1 ~ 1998. 9.30 기간동안 관련 자료로 밝힌 각국의 국민 1인당 공동모금액을 보면 미국은 148,000원, 캐나다 10,900원, 일본 1,800원, 싱가포르 9,800원, 그리고 한국은 400원이다. 참고로 2002년 우리나라 공동모금 모집금액은 국민 1인당 1,200원이다. 그리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1999년도 국민 1인당 사회복지 관련 연간 후원금은 2,300원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각종 사회복지기관. 단체의 재정현황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복지관협회의 사회복지관 현황조사보고서(1992)를 예로 하여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자체 부담금 그리고 후원금품 등으로 충당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고자 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지역사회복지관의 운영비는 국고와 지방비의 보조금이 80% 라고 하지만 운영비의 47.6%만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으며, 나머지 운영비 52% 정도는 실비이용료 29.2 %, 법인부담금 15%, 기타수입 4.2% , 후원금 4%의 순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지적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모단사회복지법인의 2/3가 총 예산의 60% 이상을 정부에 의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기부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주민의 역할, 기업의 역할, 사회복지기관. 단체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지역주민의 역할을 보면, 사회복지기관은 일정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그 지역 사회문제를 주민들을 대신하여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기관의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저소득층 이웃을 돕는 다는 정신으로 여유 있는 주민들의 기부참여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기부는 후원금품과 자원봉사를 의미한다.
둘째, 기업은 사회적 책임으로 기부문화 창달에 앞장서야 한다. 국내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수행을 경영 외적인 활동으로 간주하여 기업의 여유자원을 재량적으로 기부 또는 가진 자의 자선활동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에 선진 외국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수행을 통해 주위환경으로부터 정당성과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생존능력을 증대시켜 기업의 수익극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투자로 인식하는 기부문화를 생활화하고 있다.
사회성원들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필자는 기업이 기부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조세상의 혜택을 비롯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정부정책을 보다 강화해야 하겠다. 미국의 경우 공제한도액을 5%에서 10%로 늘린 1981년의 세법개정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증대시킨 중요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가치평가가 어려운 현물기부에 대해서도 세제상의 혜택을 준다.
다음으로, 기업재단들이 독립된 특별법과 주무관청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겠다. 경상비 규제관행으로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가 어렵게 되므로 운영체계가 열악해 지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수행에 사회적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다시 미국의 예를 들면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행위를 촉진하기 위하여 권위 있는 기관이 일정액 이상의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고 기업의 기부내용을 사업보고서에 첨부하도록 한다든가, 포춘(Fortune)지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명단과 순위를 발표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북돋우고 있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 평가 항목에 사회적 책임항목이 포함되어 있고, ‘사회적 책임성 투자’라는 투자기준도 만들어져 있어 사회적 책임을 적절하게 수행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로, 사회복지기관. 단체는 기부자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과 명분 그리고 실현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기부자의 권리와 책임을 윤리적 관점에서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기부자의 권리로 기부자는 기관. 단체의 비전, 기부금이 어떠한 방법으로 쓰일 것이며, 기부할 때 밝힌 목적대로 효과적으로 쓰일 것인가를 알 권리가 있고, 기관. 단체의 집행기구 구성원들이 분별력을 가지고 신중한 판단으로 기부금을 사용할 것인지를 알 권리가 있다.
또한 기관. 단체의 최근 재무보고서를 볼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과거 기부금이 목적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으며, 기관. 단체로부터 적절한 인정과 감사의 표시를 받을 권리가 있다.
아울러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존경과 비밀이 보장되는 가운데 기부금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권리가 있으며 기부금을 요청하는 자가 그 기관. 단체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를 알 권리가 있고, 기부자는 자기 이름을 또 다른 기관. 단체가 활용하지 않기를 바랄 권리가 있으며, 기부할 때 기관. 단체에 대하여 자유롭게 질문하고 그들로부터 진실한 답을 신속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기부자의 책임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1999년도 모든 기부금액(약 2,000억 달러)의 약 1% 정도가 사기성 조직에 기부되어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따라서 기부자는 확신이 설 때 기부할 기관. 단체를 결정할 책임이 있고, 지원하고자 하는 기관. 단체를 잘 알 책임이 있으며, 지원하고 있는 조직의 명예를 걸 책임이 있고, 기부하기 위해서 시간을 가지고 신중히 결정할 책임이 있다. 또 기부를 하기 전에 그 조직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책임이 있고 기부금에 대한 면세 여부와 영수증을 받을 책임이 있으며 강압에 의하여 기부할 책임은 없다고 하겠다. 이처럼 기부자의 권리만큼이나 기부자가 가져야할 책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표현은 ‘수표가 들어있어요(check enclosed)’이다. 미국의 시인 도로시 파커가 한 말이다. 미국인들이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보낼 때 가계 수표를 넣은 편지봉투 위에 이 표현을 쓰는데 어려운 사람과 나누는 그 따뜻한 마음이 가장 아름답다는 얘기다. 이 아름다운 행위를 지금 당장 실현해 보심이 어떠할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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