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바뀌지 않을까?
심리학자로서 최근에 고민한 주제입니다. '사람은 고쳐 쓰지 않는다' 말도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라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신경과학 연구에 더해서 명리학적 관점에서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이해는 했대.”
“미안하다고는 했어.”
“자기도 문제라는 건 안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사람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더 익숙한 패턴으로 돌아갑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사람들은 변화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깨달으면, 사랑이 있으면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남아 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격이라고 부르는 것,
고집·회피·분노·침묵·통제 같은 반응들은
사실은 한때 그 사람을 지켜준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어릴 때 말하면 더 혼났던 사람은 침묵을 배웁니다.
감정을 드러내면 버려졌던 사람은 통제를 배웁니다.
약해 보이면 공격받았던 사람은 인정받으려 애쓰거나,
먼저 공격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응은 머리로 선택하는 행동이 아니라
몸과 신경계에 각인된 자동 반응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아무리 “네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여도,
막상 위협을 느끼는 순간 사람은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뇌는 이렇게 말합니다.“이 방식은 위험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살아남게 해줬다.”
뇌에게 변화는 ‘성숙’이 아니라 위험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이해할 수는 있어도 행동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은 바뀌는 대신 적응하는 데 더 능숙합니다.
상대가 더 참아주면, 상대가 더 설명해주면, 상대가 더 이해해주면,
굳이 바뀔 이유가 없어집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아도 관계가 대신 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저 사람은 안 바뀌지?”라는 질문은사실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저 사람이 안 바뀌어도, 이 관계는 유지되고 있는가?”
많은 관계가 바로 여기서 멈춥니다.
한 사람은 계속 조정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대로 있어도 되는 구조.
이 구조에서는 바뀌지 않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바뀌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짜 변화는 설득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사랑이나 이해에서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변화는 기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
침묵이 효과가 없을 때, 분노가 원하는 결과를 주지 않을 때,
죄책감이 상대를 움직이지 않을 때,
그때 사람은 처음으로다른 방식을 고민합니다.
이 말은 냉정하지만 중요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다루는 방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을 바꾸려고 애쓸수록 우리는 더 지치고, 더 작아집니다.
반대로“이 방식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할 때 비로소 관계의 힘의 방향이 바뀝니다.
그래서 변화의 출발점은 항상 같습니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가 아니라“
나는 왜 이 구조 안에 계속 머물고 있을까?”
이 질문을 하기 시작한 순간, 이미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시작된 것입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보호하는 방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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