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끝이 머믄 깊은 두메산골
길손의 발길 뜸한 깊은 두메산골은 하늘이 작다.
오두막집 찾는 길손의 나들목조차도,
골짜기가 깊고 길고 높아 하늘이 작다.
별이 빛나는 밤.
하늘엔 큰 별 몇 개,
가운데로 은하수가 지나고 나면 하늘은 푸른 달이 뜰 자리가 좁아, 이내 서쪽으로 달이 진다.
두메산골은 하늘이 더 높다.
산이 커서 하늘이 높아야 산에 걸리지 않는다.
산꽃들은 산바람결에 향기가 깊고 쌉쌀하고도 그윽하다.
꽃잎은 맑고 밝고 청아淸娥하고 애처愛凄롭고 처연凄然하다.
산국화山菊花 그득히 피면,
산벌들....
산나비들....
꽃잎을 어루만지고 입맞추며 꽃꿀을 딴다.
두메산골은,
산꽃잎이....
짙푸른 이파리가....
처연한 늦가을 산바람에 일찍 떨어진다.
저어 아래 개여울.
계곡을 매우고 물익끼를 타고 흐르던 개울물엔,
제몸집보다 가느다란 발목을 미끄러지듯 물가에 담구고,
물을 마시던 산새들은
바윗돌에 물묻은 발자욱을 이리저리 남겨 놓고 멀리 날아 간다.
산새,
떠난 그 자리 다시는 오지 않는다.
외딴집 찾는 길손의 나들목 좁다란 길가,
억센 가시덤불에 날개깃털 뽑히며 숨어든 산새들....
외딴집 찾는 길손의 험한 산길.
숨가쁜기침소리에 그만 놀란다.
후르르 떼 지어 날다 깃털이 또 빠진다.
두메산골 처연한 나는,
작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무엇을 하늘에 잃어버린 것도 없이,
빛나는 검은 눈동자,
찾듯이 하늘을 살펴본다.
그리운 님의 얼굴이 가슴 안으로 들어 온다.
얼굴을 떨구고 땅을 본다.
산국화가 눈에 들어 오네!
들국화가 가슴에 피어나네!
그리운 님의 얼굴이 보이네!
처연한 사랑이어라!
시인 평론가 김영남다미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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