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아리랑
이 달
마라도 너머에서
연자매 돌아가는 소리 들려온다
하늘 길을 거스르며
뒷덜미를 잡아채는 거센 바람에도
움츠러 들지 않는 숨은 보물섬,
너, 이어도를 만난다
수만리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원망을 들려주려는가
수억 년 엎드렸던 인류의 상처를
보여주려는가
달을 보고 우는 연자매는
깊은 바닷속 여인의 숨소리로 끌려나와
꿈을 꾸듯 에메랄드 바람을 빚어내고
십 리 바위 뒤에 숨은
이어도 사내의 그림자를 밟는다
이어~ 이어~ 이어~
바위 뒤에 숨어 우는
이어도 사내를 따라 간다
바다의 물길이 모이는 새벽,
달의 문이 열리고
연자매를 닮은 별자리 하나
백록담에 닿는다
아, 여기
한반도의 뿌리를 이어, 이어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물길이 있다
아리랑 아리랑,
이어 이어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이어 이어 아리랑,
나를 두고 떠나간 님은
이어도의 꽃구름 되어 나를 따라오리라
천지의 노둣돌이 되어 나를 비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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