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정순영
남한산성 성벽아래서
붉은 그림자를 띤 쪽빛 큰제비고깔을 만나고는
울음이 차올라
우거진 풀숲을 헤쳐 나오는 바람
꽃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보랏빛 꽃송이마다에
이슬로 맺혀있는
조선의 한恨
임금의 눈물을
보았다.
등 굽은 역사가 햇빛을 받아
이리도 슬퍼 보이고
쪽빛 하늘이 아려 붉은 그늘로 비치면
보라빛 아픔 꽃 핀다.
바람 한자락이
성벽을 어루만지며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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