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양곡(陽谷) 2024. 9. 9. 16:20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가을날(The Fall Day)
    
Lord, it is time. This was a very big summer.
Lay your shadows over the sundial,
and let the winds loose on the fields.

Comman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two more sunny days,
urge them on to fulfillment and throw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Who has no house now, will never build one.
Whoever is alone now, will long remain so,
Will watch,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ill wander in the streets, here and there
restlessly, when the leaves b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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