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과거 미응시 사연과 글쓰기 이론
조선을 통틀어 최고의 문장가를 들라하면 단연 연암 박지원이다.정다산이 최고의 다작 작가이기는 한데 그는 경서와 논문을 주로 썼고 연암은 오늘날의 소설과 기행문을 썼다. 즉 스토리텔링 작가였다는 것이다.그의 책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열하일기는 그가 44세 때인 1780년 삼종형인(8촌)박명원을 따라 북경으로 가면서 쓴 기행문이다. 그는 사절단을 따라 그해 5월에 한양을 떠나 6월에 압록강을 건넜고, 8월에 북경에 들어갔다가 황제가 열하에 있다하여 열하로 갔고 다시 북경으로 돌아와 10월에 귀국하였다. 그는 여행 도중 흔들리는 말안장 위에서도 메모를 하여 집필시 참고자료로 사용했다. 그가 말을 타고 가면서도 주요사항을 메모를 한 것을 보면 대단한 집념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연암은 북학사상가, 실학사상가였지만 평생 과거시험을 보지 않았다. 연암은 과거를 보는 것은 경전을 외우고 과문을 익히기만 하는 것으로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누가 잘 외우는 가를 시험하는 것이기에 싫어했고 과거를 보지 않았다고 하였다.그러나 그가 과거를 결정적으로 포기한 계기는 다음과 같이 전해온다. 그는 스승 ‘이윤영’에게 글을 배웠는데 스승의 아들 ‘이희천’ 과 아주 절친이었다.
그런데 이희천이 금서로 지정되었던 중국의 역대사실을 기록한 ‘강감회찬’이라는 책가운데 명나라 역사를 쓴 ‘명기집략’이라는 책을 보유하여 참형을 당해 죽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아 벼슬을 위한 과거 시험을 보지 않았다.
사실 종계변무 문제는 역관 홍순언에 의해 선조때 해결이 되었는데 왜 이런 책이 그 당시까지 문제가 되고 나돌았는지 의아하다.이 책이 금서가 되었던 이유는 태조 이성계가 이인임의 아들로 표기되어 있었고,선조가 술 때문에 국방에 소홀했으며,인조가 임금의 지위를 찬탈했다고 기록되어 조정에서 금서로 지정되었기 때문이었다.즉 이 책은 조선 조정의 정통성에 의문을 표하는 아주 민감한 주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연암에게 할아버지 뻘인 박필순의 상소로 제기되었는데 조정에서는 우의정 김상철을 파견하여 책의 소각을 요구 하였고 책을 소지한 사람들에게 자수할 기회를 부여하였으나 이희천은 계속 소지하였고 이러한 행적은 조선왕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으로 고려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이때 3정승과70여 명이 반납했는데 조정에서 책 중개 상인을 닦달하여 체포하고 책 구입자를 거꾸로 파악하여 걸려 들었던 것이다.이 사건으로 연암은 세상과 인연을 끊었고 단절했으며 과거를 포기했다.
하지만 정조는 그의 재능을 아껴서 안의 현감과 면천군수에 임명했고 정조가 죽은 후 양양부사를 5개월 하다가 벼슬을 그만두었다. 아마 정조는 연암 박지원이 글을 쓰지 못하게 벼슬로 회유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박지원이 쓴 글에 대하여 문체반정이라 하여 연암에게 반성문을 쓰게하였기 때문이다.그의 책 열하일기가 세상에 나오자 조선문인들 사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연암은 글쓰는 원리에서 처음 글을 쓸 때는 ‘법고의 묘’를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 다음에는 법고창신의 묘를 익혀야 한다고 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옛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과 창신 즉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의 조화를 의미했다.세 번째 가장 중요시 한 것은 ‘사이의 묘’를 강조했는데 글이란 법고와 창신의 사이에 자리해야 함을 말하였다.
그의 글쓰기 수칙은 11가지 인데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연암이 세운 기준은 다음과 같다.1~2는 이치를,3~5는 구성방식을 6~11은 세부표현 방식을 논하고 있는데 오늘날 글쓰기도 이렇게 하면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다.
1. 명확한 주제의식을 갖기.
2. 제목의 의도 파악.
3. 단락간 일관된 논리 유지.
4. 인과관계에 유의.
5. 시작과 마무리를 잘할 것.
6. 사례를 적절히 인용.
7. 운율과 표현을 활용하여 흥미를 더하라.
8.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라.
9. 반전의 묘미를 살려라.
10.함축의 묘미를 살릴 것.
11.여운을 남겨라.
연암의 이론과 문장은 오늘날에도 빛을 발한다.설흔과 박현찬이라는 두 분이 연암의 글쓰기 이론을 적용하여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러한 책을 오마주(Hommage, 다른 작품의 핵심요소나 표현방식을 따라하여 그대로 인용)형식의 책이라 한다.연암이 사실주의로 글을 써서 우리는 당시의 시대상을 조금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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