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관련된 정치와 시사

우리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곡(陽谷) 2024. 4. 18. 11:01

우리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 배경 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는 국가를 다문화 사회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지난해 4.89%를 기록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외국인들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노동직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중 51%가량이 단순노동 직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들이 적합하게 노동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발급하는 비자가 필요하다. 법무부는 외국인고용허가제(EPS)를 통해 그들에게 비자를 공급하는데, 이는 그 수요에 비해 제한적이다. 결국 상당수의 외국인이 불법적인 신분으로 일하게 된다. 태국 외교부의 발표에 의하면 태국인 노동자 90% 가량이 한국에 불법 체류 중인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대대적으로 불법 체류자 단속에 나서며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관련 인력을 대폭 충원했고 그 결과로 3만여 명을 추방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불법 체류자 비율은 여전히 15%를 웃돈다. 불법 체류자를 추방한 만큼 또 다른 불법 체류자가 양성되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고질적인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으므로 강압적인 정책이 필연적이라 주장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으키는 범죄가 사회 내 주요한 골칫거리로 자리한다는 시각에서 기인한 주장이다. 살인 등을 비롯한 강력 범죄의 측면에서 그 비중이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국인 상대 범죄는 드물며 계획적이고 조직적이기보다는 우발적인 범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이 한국에서 저지르는 범죄의 양상은 한국인이 해외에서 저지르는 범죄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이 또한 편견에서 비롯한 셈이다.

 더 이상 그들을 통제하고 강경하게 대할 순 없다. 외국인 노동자를 옥죌수록 그들은 더더욱 음지로 들어가 숨을 뿐이다. 지속 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해선 그들을 보듬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우선으로 비자 발급과 관련한 고용허가제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간 고용허가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쿼터제와 부적절한 고용 분담금, 단기 체류 위주의 운용 등으로 비판받아 왔다. 특히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그들이 제도적으로 구제받을 수단이 적절치 않으며,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정착을 위한 서비스 전달체계를 기존의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에서 정부 주도의 직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 했으나, 더욱 구체적인 계획과 이행 방안이 요구된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의결을 통해 고용허가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재입국 특례 · 구제 방안을 보완하고, 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외국인-고용주 간 갈등을 중재하도록 할 방안이다. 본 개선 방안은 2025년 말까지 추진하도록 권고된다. 본 방안이 실효할지 꾸준한 관심과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와 다른 겉모습을 가진 이들을 이웃으로 맞이하기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온전치 못한 신분에서 비롯한 삶은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사회에 동화될 리는 만무하다. 신분이 불법적일지라도, 외국인 노동자는 엄연히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존재다. 꽉 쥔 손으로는 악수할 수 없다. 도움을 건네는 손길은 펴져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