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훔쳐가는 사람
/이생진
'oo 시인님
시 한편 훔쳐갑니다
어디다 쓰냐구요?
제 집에 걸어두려고요'
얼마나 귀여운 말인가
시 쓰는 사람도
시 읽는 사람도
원래는 도둑놈이었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만 들끓어도
걱정을 않겠는데
시를 훔치는 도둑놈은 없고
엉뚱한 도둑놈들이 들끓어 탈이다
내 시도 많이 훔쳐가라
하지만 돈 받고 팔지는 마라
세상은 돈 때문에 망했지
시 때문에 망하지는 않았다
//시를 훔쳐간다고 말했다. 시를 훔칠 수 있는 것일까?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도 그 대가가 가수와 작곡가와 작사가에게 돌아간다. 시인의 시에는 그러한 대가가 없다. 대가 없이 남의 것을 가져가는 것은 훔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그런 이가 귀엽다고 한다. 시를 쓰는 이는 훔쳐가라고 시를 쓰고, 도둑은 태연하게 시를 훔쳐간다. 이런 세상이 진정한 공산주의 일 것이다. 시인의 바람은 많은 이가 자신의 시를 읽고 마음과 영혼이 정화되어 맑아지길 바란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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