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헌화가 /신달자 / 해설 이해우

양곡(陽谷) 2023. 12. 26. 09:45

헌화가
/신달자

사랑하느냐고
한마디 던져놓고
천길벼랑을 기어오른다
오르면 오를수록
높아지는
아스라한 절벽 그 끝에
너의 응답이 숨어 핀다는

그 황홀을 찾아
목숨을 주어야
손이 닿는다는
도도한 성역
나 오로지 번뜩이는
소멸의 집중으로
다가가려 하네
육신을 풀어풀어
한 올 회오리로 솟아올라
하늘도 아찔하여 눈감아버리는
깜깜한 순간
나 시퍼렇게 살아나는
눈맞춤으로
그 꽃을 꺾어드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달자의 시다. 첫 연의 '사랑하느냐'라고 던진 말은 질문이다. 그는 답을 기다리지 않고 절벽을 오른다. 왜냐하면 그 질문은 누구에게 물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했던 물음이다. 속으로 자신이 대답을 했으니 기다릴 이유가 없다.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는 목숨을 건 것이다. 사랑은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주어야 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그리고 그는 그 사랑을 목숨을 걸고 실천하고 있다. 난 이 시만큼 사랑의 핵심을 정의한 시가 없다고 생각한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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